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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계획 오류와 김해신공항- 김명현(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9-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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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나 지자체, 기업 등은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계획을 세운다. 계획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부분은 일정을 짜는 일이다. 일정은 비용과 직접 관련이 있고 다른 업무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들이 계획과 일정대로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상치 않았던 문제가 발생하거나 계획에 없던 일들이 중간에 끼어들고, 처음의 의욕이 사라지면서 추진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지과학자인 더글라스 리처드 호프스테터는 이런 현상을 자기 이름을 따서 ‘호프스태터의 법칙’이라고 했다. 호프스태터는 1979년 자신의 저서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예상보다 늘 더 오래 걸린다. 당신이 호프스태터의 법칙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이후 다른 심리학자들이 이를 증명하면서 ‘계획 오류’로 칭했다. 계획 오류는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낙관적 전망 때문에 실제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을 말한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계획 오류’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195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시드니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기로 한다. 덴마크의 건축가 예른 웃손의 설계를 바탕으로 1957년에 설립 계획이 세워졌다. 77억원의 비용을 들여 1963년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지붕에 사용할 특수 세라믹 타일을 개발하는 데에 3년 이상 걸렸고, 지붕 구조물을 짓는 데에 8년이 걸렸다. 계획보다 10년이 지난 1973년에야 완공됐다. 들어간 돈도 1100억원으로, 계획보다 14배의 비용이 들었다.

    계획 오류는 필요한 모든 작업을 예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착각에서 나온다. 계획 오류에서 벗어나는 길은 계획을 잘못 세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하는 일에 대해 자신들이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다른 전문가나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과거 경험을 참고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해신공항 건설사업도 ‘계획 오류’ 발생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울경 검증단의 검증결과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는 일주일 전 인사청문 서면답변의 ‘김해신공항 예정대로 추진’과 달라진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도 김해신공항의 총리실 재검증에 긍정적이다. 부울경 단체장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까지 관철시킬 태세다. 총리실 재검증에서 부울경 시도지사 주장처럼 ‘김해공항 확장이 소음과 안전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국토부가 올 하반기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1년 상반기 기본 및 실시설계 완료, 2021년 착공, 2026년 준공 구상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국토부는 지난 2017년 경남도·김해시가 김해신공항 문제점을 제기하며 대안을 제시했을 때 충분히 검토해 수용하거나 다른 해법을 제시해야 했다. 아니면 기존 계획에 소음과 안전 등의 문제가 없다고 객관적 근거를 갖고 납득시켜야 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해신공항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지금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총리실 재검증은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계획 오류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제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막대한 추가 비용 투입은 물론 엄청난 행정 불신,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하는 계획 오류를 줄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명현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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