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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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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남 안전 리포트] 아이들은 안전할 권리가 있다 (3) 반복되는 보육시설 아동학대

상습적 학대·구타에도 실형 ‘0건’
최근 도내 10건 재판 벌금형 ‘최다’
행정처벌 때까지 계속 근무·운영

  • 기사입력 : 2019-03-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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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창원의 한 유치원 교사의 아동학대 행위가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상습적인 학대에 비해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1년간 경남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원장)들의 판결을 통해 도내 보육시설 아동학대의 현실을 짚고 대책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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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픽사베이/


    ◆실형 ‘0’건, 벌금형 최다= 최근 1년간 경남에서 보육시설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 10명 중 실형을 받은 이는 한 명도 없었으며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다.

    지난 2018년부터 3월 현재까지 경남지역에서 아동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 6명과 원장 4명의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이들 가운데 집행유예를 받은 이는 3명, 벌금형 6명, 기소유예 1명이었다. 특히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시설 원장의 경우 4명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그중 절반인 2명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이에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교사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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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는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교사 3명의 경우 다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창원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은 보육교사 A(35)씨는 지난해 5월 창원 한 유치원에서 자신이 담임을 맡은 3세반 아이 18명에게 책가방을 던지고, 스케치북이나 숟가락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게 하고, 발로 아이들 몸을 때리는 일도 잦았다. CCTV 확인 결과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108회에 걸쳐 학대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17년 9월 창원의 한 어린이집 교사 B씨는 1세 아이들의 뺨과 엉덩이를 수회에 걸쳐 때리는 등 2주간 자신의 반 아이 6명에 대해 74회에 걸쳐 학대를 했다. 또 다른 창원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C씨는 지난 2017년 8월 3~4세 아이 7명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이마와 입 등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아이의 뒤통수를 3회에 걸쳐 때리는 등 2주간 17회에 걸쳐 학대를 가했다. 이들 세 교사에게는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의 범행일지를 살펴보면 하루 적게는 3회, 많게는 10회에 걸쳐 범죄를 저질렀으며, 특정 피해아동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아이들에게 이 같은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훈육을 이유로 영유아를 혼자 가둬 재판에 넘어온 경우도 2건에 달했다. 창원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지난 2017년 8월 2세 아이가 다툼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화장실에 가둔 채 30분 동안 혼자 뒀으며, 이 어린이집 원장 또한 아이가 화장실에서 다시 나온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또 창녕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지난 2014년 7월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창고(일명 도깨비방)에 5분가량 가둬 놓아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학대 발생 어린이집 사후 매뉴얼 미비= 이처럼 도내 보육시설에서의 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해당 보육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인터넷 사이트 확인 결과 최근 1년간 학대로 재판을 받은 보육시설 6곳 중 4곳이 여전히 운영 중이었고, 학대 행위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특히 한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이 지난해 12월 아동학대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음에도 아직 운영되고 있었다. 이는 현행법상 아동 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의 경우 운영 정지부터 시설 폐쇄까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시기와 기준을 규정짓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확정 판결에서 행정처분을 받을 때까지 수년 동안 해당 보육시설이 운영되거나 학대 교사가 근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토로하며 학대 시설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의 박모(34·여)씨는 “학대가 발생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정보가 공개돼야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래야 시설의 원장 등도 더 책임감 있게 학대를 감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발생한 보육시설에 대한 사후 처리 매뉴얼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대 유아교육학과 김병만 교수는 “지금은 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공개 여부와 처분시점 등 사후 처리에 대한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후 매뉴얼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펼치는 한편 보육교사들의 환경이나 처우 등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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