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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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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영화 이야기- 손영희(시인)

  • 기사입력 : 2019-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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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러 부산으로 원정을 간 적이 있다. 캐나다 드니 발뇌브 감독이 만든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였다. 진주에는 상영관이 없고 부산 코엑스몰 예술영화관 한 곳에서만 상영하고 있었다. 한 번은 진주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담은 ‘라비앙 로즈’를 보게 되었다. 그냥 시간이 남아 영화나 볼까 하고 갔다가 의외로 좋은 영화를 만나게 되었는데 에디트 피아프가 부르는 샹송과 불우했던 그녀의 삶이 내내 마음에 남아 며칠 후 다시 가보니 내리고 없었다.

    영화라면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보는데 요즘엔 F등급 영화를 즐겨 본다. F등급은 여성이 감독이거나 여성이 주인공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여성인 영화를 말한다. 독립영화나 인디영화 같은 저예산영화들도 요즘의 내 단골 메뉴다.

    ‘극한직업’이 영화계의 화제다. 현재까지 관객 수가 1600만이 넘어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기고도 남았으니 명량에 이어 두 번째로 관객 수가 많이 든 영화로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 같다. 근처 롯데시네마에 가 보니 ‘극한직업’이 전체 상영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애니메이션과 교차상영하는 영화 두 편이 전부였다. 교차상영이란 새벽에 한 번, 아침에 한 번 상영하면서 상영일수를 채우는 걸 말하는데, 보고 싶은 영화를 보려면 새벽이나 아침에 가야 한다. 누가 새벽부터 영화를 보러 가겠는가. 한동안 ‘극한직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상영일수를 늘리면서 끝내 천만관객의 반열에 올리고 싶은 거대 자본의 횡포(?) 덕분에 한동안 영화를 굶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영화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잘된 영화일까. 예전엔 영화제작사와 유통사인 배급사, 그리고 상영권을 가진 영화관이 따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회사가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까지 도맡고 있다. 거대 자본의 힘이다. 그러니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제작사 눈치를 보게 되고, 돈이 될 것인지 폐기처분될 것인지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 여기서 좋은 작품이 나올 리 없다. 돈이 되지 않으면 창의적이면서 상상력을 겸비한 작품성 있는 시나리오가 채택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이 거의가 어디서 본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주로 할리우드 영화들을 짜깁기하고 화려한 CG를 삽입하면 그럴 듯한 영화가 만들어진다.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어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더 자극적이고 폭력이 난무하고 배우들은 욕설을 당연한 듯 내뱉는다. 할리우드 영웅들을 소재로 한 어벤저스 시리즈에 열광하고 엑스멘 시리즈와 좀비영화에 몰입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양한 영화를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자를 보면서도 다양성 영화를 지키기 위해 예술영화전용관이 생겨나고 있고 상업영화에 맞서 소신 있게 저예산으로 좋은 영화를 제작하는 분들도 있다. 진주에도 시민미디어센터가 있어서 그나마 눈 호강을 하긴 한다. TV에도 인디영화관이 있고 넷플릭스에도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하지만 옛날처럼 줄을 서서 표를 사고 팝콘을 끌어안고 초조하게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리던 흥분된 시간들을 어디서 경험할 것인가.

    손영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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