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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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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서울 서대문형무소

억압의 아픔 서린 독립과 민주의 현장

  • 기사입력 : 2019-03-2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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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산한 서대문형무소= 처량하게 빗줄기가 내리는 날. 축축한 물 내음이 감돌아 버스 안 공기도 무겁다. 비로 덧칠된 거리를 달려 서대문형무소에 왔다.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공원 산책로를 오르자 입구가 보인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철판으로 된 문. 그 위로 하늘은 회색빛 구름에 잠기고, 붉은빛의 벽돌은 물기를 머금어 짙고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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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보안과 청사인 서대문형무소. 현재는 역사전시관으로 사용된다. 이곳에서 독립운동사 기록을 볼 수 있다.

    작은 입구를 통해 들어서자 정면엔 하늘을 향해 위압적으로 솟은 2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서대문형무소는 옛 보안과 청사로 현재는 전시관으로서 형무소의 역사와 독립운동사, 서대문형무소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기록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에는 고문실 모형과 체험공간 등이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지하, 습도가 더해져 스산함이 감돈다. 전시관을 빠져나오자 곳곳에 나부끼는 태극기들이 눈에 띈다. 게양대에 걸린 것부터 벽면 전체를 감싼 대형 태극기까지. 붉은 벽돌 위에 고이 누워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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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형무소 붉은 벽면과 철문.

    회색빛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 푸른 하늘과 빛이 미약하게 드리운다. 아직 빛이 닿지 못한 곳을 향해 걸었다. 중앙사는 3개의 옥사를 연결하고 전체를 감시하던 공간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파놉티콘형 건물이다. 현재 남은 옥사는 3개이지만 과거에는 2개의 옥사와 다른 건물들과도 연결된 형태였다. 직사각형의 각 옥사를 연결하는 철문이 거대하다. 천장을 통해 내리는 미약한 빛을 따라 걷는다. 긴 복도를 소리 없이 혼자 걸었다. 가끔 들리는 빗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철문 소리.
    메인이미지서대문형무소 내부 모습.

    초등학생쯤이었는지 흐릿한 기억 속에서 이 작은 방에 수십의 사람을 밀어 넣고 감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작은 방과 더 작은 창이 이미지로 남은 곳에 다다랐다. 과거의 기억과 짧게 해후하고 밖으로 나선다. 묘한 안도감. 잠깐 있었을 뿐인데도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있었던 건가. 뒤돌아 바라본 내부는 제법 밝다. 햇빛이 곳곳을 비추기 시작해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옥사 내부엔 온기가 스며들지 못하는 것 같다. 촉촉이 젖어 푸르른 잔디밭을 지나 한센병사, 사형장 등을 돌아 형무소를 빠져나왔다.

    ◆자주독립 위해 건립한 독립문= 한산한 길을 조금 더 걷자 독립문이 나온다. 독립문은 갑오개혁 이후 자주독립의 결의를 다지며 세워졌다.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영은문을 헐고 그 자리에 건립됐다. 독립문 건립을 위해 독립협회가 조직됐으며 모금 운동을 통한 성금과 왕실의 기증으로 자금을 모았다. 건축양식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만들었다. 한글과 한문으로 ‘독립문’ 현판이 있고 아래에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오얏꽃이 새겨졌다. 또한 태극기도 새겼다. 그 앞으로 짧은 돌기둥 2개는 없어진 영은문의 주춧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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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문.

    여전히 하늘엔 구름이 많았지만 간간이 푸른 하늘이 보인다. 그 아래 선 독립문은 웅장함을 더한다. 모르고 지나쳐 온 길 옆에는 3·1 독립선언 기념탑, 독립관과 서재필의 동상이 있다. 회색빛 하늘과 문을 렌즈에 담고 발길을 돌린다.

    ◆카메라 수리 장인들 모인 종로 세운스퀘어= 지하철을 타고 종로 세운스퀘어로 향했다. 서울까지 온 김에 고장 난 카메라 수리를 맡기러. 30년을 건강히 버틴 카메라인데 최근에 문제가 발생해서 셔터가 안 움직인다. 수리도 하고 점검도 받고 겸사겸사 유명하다는 카메라 수리 장인분들도 볼 겸.

    세운스퀘어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곳곳에 카메라 수리점들이 보인다. 수리는 무조건 여기서 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예약해둔 업체에 카메라를 맡기고 나왔다. 1시간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뭘 하지? 종묘는 최근에 갔다 왔고 어디를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다. 그냥 주변 카페에나 들어가 있을까. 맞은편 카페에 앉아서 커피나 홀짝이고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봤다. 수리가 끝나는 대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갈 예정이다. 번잡해서 서울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다고 인정하는 건 역시 문화시설이다. 좋아하는 전시를 보러 가거나 독특한 박물관, 미술관 등에 쉽게 갈 수 있다는 것. 특히 중앙박물관은 갈 때마다 새로워서 좋다. 온종일 둘러봐도 다 볼 수 없는 압도적인 물량에.

    한 시간이 지나 필름카메라가 돌아왔다. 중고 판매값보다 비싼 수리비를 지급했다. 묵직하게 손에 전해지는 무게, 무거운 셔터 소리, 드르륵 필름 감기는 소리까지 그대로다.

    ‘무겁고 불편한 이게 뭐 좋다고 이렇게 아끼는 건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중히 챙겨 박물관으로 간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크다. 엄청난 규모에 대단한 인파. 여기가 박물관인지 운동장인지 구별이 안 된다. 소리 지르는 아이들과 큰 소리로 통화하는 어른들까지. 역시 1층 선사, 고대관은 시장통이다. 중근세관에 이르면 신기할 정도로 사람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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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오르면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 간 건지 넓은 전시관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있다. 그저 감사하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관람이다. 특히 2층의 서화관과 3층의 조각, 공예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서 들어왔는데 해가 넘어 어둠이 깔려서야 나왔다. 종일 흐리던 하늘은 검게 물들고 박물관을 밝히는 조명만 거울못에 반사된다. 늦은 저녁이 돼서야 서대문형무소에서 시작한 일정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마무리된다. 온종일 걸어 다녔는데 내일은 또 어디를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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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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