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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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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33) 제24화 마법의 돌 33

“나 요즘 너무 좋아”

  • 기사입력 : 2019-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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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알 수 없는 교회였다. 유럽은 도시 곳곳에 수백 년 된 교회들이 있다. 독일은 종교세가 있는 특이한 나라였다. 종교를 믿지 않아도 세금을 내야 한다.

    “동유럽에 수출하고 있잖아? 지사도 있고….”

    “지사에 들를 거예요?”

    “아니야.”

    베를린 장벽을 구경한 뒤에 카페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있었다. 노천카페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고 한가하게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둠이 내리면서 가로등이 켜져 도시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사랑을 나누었다.

    “나 요즘 너무 좋아.”

    이정식이 서경숙에게 엎드려서 말했다. 서경숙과의 연애는 즐겁고 행복했다.

    “나도 좋아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포터….”

    서경숙이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 좋은 피로와 욕망이 혈관을 누볐다.

    “응?”

    “짐꾼…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해줄 거예요?”

    “당근이지.”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서경숙과 같이 일을 하면서 때때로 이런 시간을 꿈꾸고는 했었다. 문득 서경숙을 안고 있는 일이 꿈 같았다.

    “결혼 안 해?”

    서경숙에게 입술을 부딪치고 물었다.

    “해야죠.”

    서경숙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알았어.”

    서경숙은 방황을 하는 것일까. 이정식은 그녀의 어두운 얼굴에 무엇인가 일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장윤수와의 사이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비가 오네요.”

    어두운 창문에 빗줄기가 들이치는 것을 보고 서경숙이 말했다.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알몸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내일도 비가 오려나?”

    비가 오면 돌아다니는데 지장이 있다.

    “기차를 타니까 괜찮아요.”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기차를 탈 예정이었다. 4시간 정도 달리면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이른다.

    5월이었다.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나무들이 잎사귀가 무성했다.

    서경숙이 창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여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이정식은 서경숙의 몸을 안고 거리를 살폈다. 호텔이 구시가지 쪽에 있어서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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