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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과 여순사건은 미 군정 무지와 친일파 청산 못해 빚어진 참극”

■ 우린 너무 몰랐다

  • 기사입력 : 2019-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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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과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에 벌어졌던 최대의 비극이면서 반공체제의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제주4·3사건은 특별법이 만들어져 진압과정에서 무리한 국가폭력이 인정됐고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기념일 제정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여순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조치도 없다. 이 두 사건은 우발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별도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여순민중항쟁의 최초의 계기는 현지 주둔 군부대의 제주 토벌 출동 거부였다. 이것은 항명이 아니라 군인에게 자국민을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정의로운 거부였다. 그리고 다수의 민중이 여기에 호응해 나선 것은 미흡한 친일파 청산과 행정의 폐해, 식량난까지 초래한 민생의 파탄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제주와 여순사건의 근본적 배경인 해방 이후의 정국을 남북한 전체를 포괄해 이해시킨다. 그걸 위해 먼저 당시의 국제정세, 냉전질서의 주축인 미국과 소련의 동아시아 정책을 이해해야만 한다. 역사에 가정법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역사 진행의 과정마다 득실을 따지고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의 모색과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남북한의 역사는 미·소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분단으로 치달았지만, 강대국의 이해 충돌 속에서도 현명한 대응으로 민족의 분열을 막고 독립을 성취할 수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 가능성이 상당했기에 도올 김용옥은 좌·우익 진영의 편 가르기에 치우치지 않는 현실감각을 지닌 여운형, 그리고 건국준비위원회를 못내 아쉬워한다.

    남한에 진주한 미군이 한국을 통치했던 시기가 미 군정기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미 군정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미 군정은 국제전략에 따른 미국의 국익 추구로 일관했고, 한국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권력이 갖는 무지는 정황을 잘 파악하는 악의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단순히 점령지를 편리하게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한국인 스스로 자치능력을 발휘한 건국준비위원회와 각 지역 인민위원회를 부정하면서 기존의 친일파 중심 질서를 온존시키도록 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는 단순히 추상적인 대의명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일제통치의 치밀한 관리조차 사라진 해방 이후의 행정은 무질서와 부패, 모리배의 농간으로 민생의 파탄을 가져왔다. 미군정은 이에 따른 혼란을 바르게 해결하지 못했으며, 결국 좌익의 탓으로 돌리며 탄압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민족의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고 말았다. 이러한 흐름의 참혹한 귀결이 제주4·3사건과 여순민중항쟁이다.

    저자는 ‘인간이면서 어찌 그럴 수 있는가?’라는 통탄의 마음으로 우리 현대사에 접근한다. 그리고 슬픈 역사의 극복은 역사에서 슬픔을 없애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 슬픔을 드러내야 하고, 거기에 동참해 우리 모두의 슬픈 역사로 공유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김용옥 지음, 통나무 펴냄, 1만8000원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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