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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의사 윤한덕-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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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우리 곁을 떠난 한 의사(醫師)를 기억하며 깊은 애도를 보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설 전날인 지난 4일 그의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센터장의 주검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아내는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가기로 한 남편과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 병원에 찾아가 근무 중인 직원의 도움으로 남편 사무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남편은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싸늘하게 숨져 있었다.

    ▼그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보통의 ‘의사’가 잘 걸으려 하지 않는 남다른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응급환자 전용헬기 도입은 물론 응급진료정보 시스템 구축 등 국내 응급의료 혁신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의사였다.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턴 의사가 아닌 경험이 풍부한 교수급 의사들이 직접 응급실에 자리를 틀고 근무하면서 환자를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의사였다.

    ▼외상수술의 최고 권위자인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은 윤 센터장의 죽음에 대해 응급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라 평가하며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슬퍼했다. 출세에 관심없고 응급의료 업무만 보고 걸어왔다고도 회고했다. 그러면서 윤 센터장을 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신인 ‘아틀라스’(Atlas)에 비유하며 닥터헬기가 도입되면 윤 센터장의 이름을 헬기에 새겨넣겠다고 했다.

    ▼의사에게 목숨을 맡겨본 사람이라면 의사의 사명감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목숨을 맡기지 않더라도 의사의 자상함과 섬세함이 병 치유에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잘 안다. 하물며 살점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파손될 정도의 위급한 환자에게는 사명감이 충만한 의사, 그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필요하다. 그런 의사가 응급실에 넘쳐나길 기도하고 실천한 분이 바로 윤한덕 의사였고, 우리 사회가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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