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란 한 시인의 울음이 사는 집이다
슬프게 울거나 기쁘게 울거나
우리는 그 울음소릴 노래처럼 읽곤 하지만
가슴에 품어보면 한없이 정겹고
떼어놓고 바라보면 어쩐지 짠해오는
불면의 밤이 두고 간
아, 뜨거운 문장들
☞ 얼마 전 시인이 펴낸 한 권의 시집을 읽어 봅니다. ‘모자’라는 그의 시집은 편안하면서도 간결한 작품들로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한 시인의 울음이 사는 집’은 단순한 울음이 살고 있는 허술한 집이 아닙니다. 사계절을 여러 해 거치는 동안, 무수한 울음도 즐겁게 응축시킨 아름다운 서정의 집입니다. ‘불면의 밤이 두고 간’ ‘뜨거운 문장들’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별과 바람으로 버무린 ‘아!’라는 긴 감탄사의 집입니다.그런 감탄사의 집은 차 한 잔을 담은 은은한 즐거움이고, 또 넋두리 같은 술 서너 잔의 인생 집이기에 가슴 뭉클함을 안겨 줍니다. 그래서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으면 ‘한없이 정겹고’ 가슴이 짠해져 옵니다. 이처럼 시인은 펜 하나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고 흐뭇하게 꾸밉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슬픔에서 건너온 보석입니다. 한 알의 씨앗이 깊은 어둠에 박혀 푸르게 눈을 뜨고 환한 세상을 여는 것처럼. 독자의 사랑을 받는 지상의 모든 시집도 시인의 심장에서 발아한 감성나무 한 그루입니다.
머지않아 얼음이 풀리고 봄이 올 것입니다. 당신의 심장에 어떤 에너지의 나무를 키우시겠습니까? 한 권의 시집과 차 한 잔을 가까이하면서 어둠에서 밀어올리는 그런 봄을, 환하게 맞을 준비를 하심은….
임성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