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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김주열(전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 기사입력 : 2019-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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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행복의 가설》의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그의 두 번째 역작인《바른 마음》의 서문을 “제발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 말은 1990년대 초 LA지역의 흑인폭동 당시 경관으로부터 폭행당한 직접적 피해자인 로드니 킹(Rodney King)이, ‘자신을 폭행한 경관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일’로 촉발된 흑인들에 의한 폭동상황이 진정되길 바라면서, “우린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잖아요?”라고 한 말이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이편저편으로 나뉘는 이유와 인간본성, 도덕성 기반이론, 집단선택이론, 도덕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보다 교양 있는 정치하기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이론과 실례를 담아낸 정치도덕심리학 교양서이다. 현 20대 국회의원들의 필독서로도 됐다고 알고 있으나,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독파해 현실에 적용하고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됐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결과였겠지만, 특히 90년대의 IMF, 2000년대의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경남경제의 현실 속에 있는 도민들의 충격이 훨씬 컸으리라 여겨진다. 이런 와중에 판결을 선고한 해당 법관의 이력을 문제 삼고 판결 내용을 문제 삼아 해당 법관에 대한 탄핵 얘기는 물론이고 사법부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여당 국회의원들과, 김경수 도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요구함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있고,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해당 법관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시민들이 있다.

    취임 일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대한 답변만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서까지- 어떻게 답할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정치인들 및 일부 시민들의 초헌법적인 발상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헌법에 명시된 ‘법관 탄핵’을 말한 것이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 지점에서 특정 정치인에 의해 널리 회자되고 있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씁쓸함을 느낀다. 김경수 도지사에 대한 재판을 한 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전 국정원장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고, 전 비서실장, 전 문체부장관 등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기까지 한 판사이기 때문이고, ‘내로남불’은 특정 정치인들 특히 정당인들을 함께 묶는 행위, 즉 그들만의 집단선택을 나타내는 표상이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자화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집단선택을 기반으로 한 정치행위들은 결국 그들이 아닌 우리 국민의 ‘소통과 화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녕(well-being)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우리의 건강(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을 해치기까지 한다.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는 ‘변론하려 해도 변론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있다(辯也者 有不辯也)’는 말이 있다. 판사가 자신의 재판과정 및 심증형성을 별도로 변론하지 못하는 것에 해당되는 것이지 않은가 여겨진다. 이미 판결로써 말해 버렸으니까! 또, ‘분석하려 해도 분석할 수 없는 것이 있다(分也者 有不分也)’는 말도 있다. 판결문이 아닌 판사의 양심을 어떻게 분석하겠는가? 판사 자신의 변론이 없는 이상…, 진실은 김경수 도지사와 드루킹 관련자, 재판을 한 법관들만이 알 수 있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 헌법은 3심제(심지어 재심까지도)를 보장하고 있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변죽에 불과하며,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행위만이 있을 뿐이다. 집단선택에 따른 그들만의 정치행위만이… 이에 반해 우리 국민은 사회적 안녕을 보호받고 싶고, 일부가 아닌 우리 전부를 위한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제발 우리 사이좋게 지내면서….

    김주열 (전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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