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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내 삶을 살아갈 권리

하수현 (김해경원고 교사)

  • 기사입력 : 2019-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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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내내 이어진 연말 시상식이 끝나고,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새해가 밝았다. 지인들의 SNS에는 일출 사진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었다.

    새해 첫날,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교대에 다니고 있는 한 졸업생의 문자였다. 정해진 길을 따라 걸었던 그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고 비로소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왔고, 많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고등학생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눈 시 수업을 떠올렸다. 예상치 못하게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끄적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렸을 적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아이들을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땀 냄새에 젖어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다른 친구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막막함, 입시를 앞둔 두려운 마음까지….

    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는 입시생이라는 이름 앞에 조용히 묻히고 있었다. 고3이라는 관문 앞에 서 있고 이 시간이 자신이 건너야 할 최종 관문이며 이 관문을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 고3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기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될까?

    최종 관문을 무사히 넘긴 졸업생은 나에게 말했다. “저는 왜 미리 내 삶에 대해 고민해 보지 못했을까요. 후회가 돼요. 정해진 길만 따라가면 되는 줄 알았어요.”

    과연 어른들이 길을 어디까지 알려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도, 직장을 구할 때도 그리고 남은 삶을 살아갈 때도…. 그리고 그 길이 맞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2019년에는 아이들도 자기 삶을 돌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정해 준 길을 생각 없이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갈 길이 어디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정도 여유는 주어졌으면 한다.

    아이들은 참 바쁘다. 지쳐 있고 자신감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자율성이 존중받고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당당해지지 않을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것이 비록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아닐지라도…. 늘 그 친구에게 했던 말 ‘나도 그랬어’라는 뻔한 대답 대신 오늘은 다른 답장을 보내주고 싶다. “미안해, 어른들이 소중한 네 삶을 만들어 갈 시간을 주지 못해서.”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는 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조용히 되묻는다.

    하수현 (김해경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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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현 (김해경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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