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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자치분권과 지방의회의 역할 강화- 송광태(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9-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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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분권은 시대적 요청이며 국가적 과제이다. 중앙집권체제로는 지식정보화시대에 국가발전을 지속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자치분권을 통해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웠고, 높은 자치권을 바탕으로 지방정부 간 경쟁을 통해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얻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과 당선 이후에 여러 차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자치분권은 학계(學界)의 기대에 크게 미달한다. 작년 9월과 10월에 나온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자치분권 종합계획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내용이 그러하다. 중앙정부에 의한 자치분권의 전망이 미흡하다면 이제는 지방정부가 더 강력한 분권요구를 통해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을 압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치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이양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 기능의 일부가 지방으로 이양되었을 때 이를 중앙정부가 수행할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강화는 다양한 방면에서 추진될 수 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방의회의 역할 강화이다.

    유능한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의 자치역량 강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기관분립형으로, 단체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인 지방의회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삼권분립이 민주국가의 토대가 되는 것과 같이 지방정부의 이권분립을 통한 권력 균형은 건강한 지방정부의 요체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방제도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버금가는 제왕적 단체장제로, 지방권한이 단체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기형적인 구조이다. 이는 지방정부 내부의 기관 간 관계를 통한 자치역량 강화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자치 선진국들은 일찍이 이 점에 주목하고 지방의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치체제를 바꾸어 왔다. 미국은 1980년대 초까지 단체장이 주도하는 시장-의회형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의회가 주도하는 의회-관리관형으로 지속적으로 바꾸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이 모형이 다수이다.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지방의회가 곧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는 기관통합형을 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래 기관통합형이었던 영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방정부 기관 구성을 다변화하는 개혁을 추진하였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선진국들의 추세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은 지방자치기관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우리 현실에서의 지방의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지방의원의 유능성과 의정환경의 적절성, 자치입법권 등 권한의 실질적 보장 및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 감시체제의 강화 등이다. 먼저 지방의원의 유능성은 지역의 유능 인재가 지방의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체제가 될 때 가능하다. 지방의원직에 대한 왜곡된 인식 개선과 이들에 대한 예우의 향상을 필수적 조건으로 한다. 정당공천제도의 문제도 개혁되어야 한다. 둘째, 의정환경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사무직원 인사권의 의회 귀속과 의원의 입법 등 의정지원기능이 실질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자치입법권은 입법범위의 확대와 지방정부 입법권의 인정이 요체이다. 이는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넷째,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 감시체제 강화가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지방의원 주민소환 요건의 완화가 요청된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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