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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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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99)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69

“낯선 곳에서 음악을 들으니 신기해요”

  • 기사입력 : 2019-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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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산사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이정식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받는 사람은 정말 행복해요.”

    “원래 500만원을 받았어. 수표 다섯 장….”

    “그럼 300만원은 어떻게 되었어요?”

    “누나가 시언이와 준희에게 한 장씩 주고 운전기사에게도 한 장을 주었어.”

    “아하, 나머지 두 장은 신랑하고 나하고 한 장씩 준 거네요. 누나는 하나도 안 갖고….”

    “그렇지.”

    “애들한테 큰돈인데….”

    “뺏지 말고 잘 관리하면서 쓰게 해.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게 하고….”

    “알았어요.”

    산사가 파스타를 먹은 뒤에 홍대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거리는 어둠이 내렸으나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산사는 김진호의 팔짱을 끼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거리를 구경했다.

    산사는 모처럼 김진호와 데이트를 하여 들떠 있었다.

    “회사는 잘 돌아가요?”

    “응. 잘 돌아가고 있어. 쇼핑몰 쪽에 더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아.”

    “인터넷 쇼핑몰이요?”

    “요즘은 컴퓨터보다 모바일 거래가 더 많아.”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달라졌어요. 여기에 인디밴드 공연을 하는 클럽이 많대요. 우리 구경하고 돌아가요.”

    산사가 김진호를 클럽으로 잡아끌었다. 인디밴드 공연을 하는 클럽인데 기타를 치고 드럼을 치는 사람들, 그리고 보컬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전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는데 이제는 금연이라 술냄새만 진동했다.

    김진호는 맥주를 주문하고 밖에 나와 담배를 피웠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벌써 인적이 끊어져 가고 있었다. 김진호는 다시 홀로 들어왔다.

    “낯선 곳에서 음악을 들으니 신기해요.”

    산사가 김진호와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한결같이 장발이다.

    김진호는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보컬은 여자다. 긴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면서 보컬의 노래를 듣고 있다.

    ‘한국에 밥 딜런 같은 가수가 나올 수 있을까?’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의 노래 중 한국에 번역된 <소낙비>라는 노래가 있었다. 철학적인 가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무엇을 보았니 내 아들아. 무엇을 보았니 내 딸들아.

    나는 늑대의 귀여운 새끼들을 보았소….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그 노래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신비로움이 숨어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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