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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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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97)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67

“나를 따라와요”

  • 기사입력 : 2019-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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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대만에 가 본 일이 없었으나 아리산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만에 있는 아리산에 대한 민가예요. 중국에서는 산가라고도 부르죠. 회장님이 아주 좋아하셨어요. 노래가 아주 맑고 고와요.”

    서경숙이 아리산의 꾸냥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 식사하기 전에 한 곡만 더 들었으면 좋겠네. 시언양 부탁해도 될까요?”

    이동성이 시언이에게 정중하게 청했다. 시언이가 서경숙을 쳐다보았다. 서경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시언이 쾌활하게 대답하고 준희와 함께 아리산의 꾸냥을 불렀다. 준희는 이번에도 코러스를 넣었다. 아리산의 꾸냥은 청장고원과 대비되는 노래다. 같은 민가인데 청장고원은 깊은 울림이 있고, 아리산의 꾸냥은 밝고 경쾌하다.

    청장고원이 천년의 한이 서려 있다면 아리산의 꾸냥은 산골소녀의 풋풋함 같다.

    시언이의 노래가 끝났다.

    “좋다!”

    “최고네!”

    이동성과 정진욱이 박수를 쳐주었다. 음식을 나르던 종업원들도 박수를 쳤다. 그녀들도 모두 감탄한 표정이었다. 식사는 한 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호텔 음식이라 맛도 좋고 정갈했다. 서경숙과 이동성은 술까지 마셨다. 김진호도 와인을 몇 잔 마셨다. 김진호는 호텔에서 나오자 그들과 헤어져 산사를 만나러 갔다. 산사도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시언이와 준희는 서경숙과 함께 평창동 집으로 돌아갔다.

    “일 끝났어?”

    산사를 만난 것은 지하철 홍대입구역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산사가 지하철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언이와 준희는요?”

    산사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김진호의 팔짱을 끼었다. 산사에게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누나하고 집으로 들어갔어. 어디 가?”

    김진호는 모처럼 산사와 같이 있어서 즐거웠다.

    “나를 따라와요.”

    “배고프지? 나는 저녁식사를 했어.”

    “그럼 나 혼자 저녁을 먹어요?”

    “옆에 있어 줄게.”

    김진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거리는 퇴근길의 샐러리맨들과 젊은이들로 시장통처럼 북적이고 있었다. 한여름이다. 서울은 폭염이 계속되고 있었고 밤인데도 지열이 휘몰아쳤다. 더위 때문일까. 여자들의 옷차림이 짧았다. 사람들은 어두워진 빌딩가를 느릿느릿 걸었다. 여름밤의 도시가 눅눅했다.

    산사가 김진호를 데리고 간 곳은 파스타 요리 전문점이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게 됐어?”

    2층 창가에 앉자 김진호가 물었다. 거리에는 젊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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