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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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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누가 젊은 노동자를 또 죽음에 빠뜨렸나- 김태희(다산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8-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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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24살의 젊은이가 일터에서 죽었다. 2인1조로 했어야 할 위험한 일이었다 한다. 남겨진 컵라면은 밥 먹을 시간도 제대로 없었다는 표시요, 자신이 구입한 손전등은 헤드랜턴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표시란다. 젊은 노동자의 끔찍한 죽음은 곧바로 구의역 사고를 연상케 한다. 2년 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19세 젊은이가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였다. 그때의 충격이 컸지만, 그 충격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달라진 게 없다.

    또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었다. 여러 화력발전소에서 이미 닮은꼴의 사고가 반복되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10년 동안 숨진 노동자가 모두 12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사고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 대해 동료 노동자는 오히려 신기해한단다. 작업 현장 개선 요구를 28차례나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죽은 노동자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보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이 더 맞다.

    대개 부분은 전체를 닮아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가히 전면적이며, 모든 분야가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자본과 소자본의 위계 속에, 강한 노동자와 약한 노동자의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란 단순히 임금격차에 그치지 않는다. 차별과 과도한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현대판 신분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대표적인 형태다. 그렇다면 이것의 해법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일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당장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가 반발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볼 수 있듯, 당장 자신의 기득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예민하지만 다른 노동자의 처지나 우리 경제는 안중에 없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다행이지만, 그것이 심각한 노동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그만큼 또다른 비용과 위험의 외부 전가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기업의 입장은 어떠한가. 기업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기업이 처한 모든 유동적 상황을 비용으로 떠안아야 한다. 결국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면, 열악한 외주업체에게 유동적 상황에 따른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원청업체는 무재해 사업장으로서 감세 혜택을 받았다. 원청업체는 경비를 절감하면서 경제효율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고스란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험으로 전가되었다. 끝내 정규직이 되지 못한 비정규직에게 가해지는 온갖 불평등은 온당한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에 대한 평등한 처우라고 본다. ‘일 따로, 보상 따로’이거나, 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모든 불이익과 위험은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에게 전가하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 최소한 근무 기간을 제외한 모든 처우는 정규직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목표나 노동자의 교섭력 등 여러 요인에 의한 차별이 다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 또는 노동량과 무관한 과도한 차별이 해소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다. 이런 문제를 모두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발휘되어야 한다. 나를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터인 공동체는 붕괴하기 때문이다. 한 번 승리가 영원한 승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승자 어드벤티지는 인정하되, 승자독식은 가능한 한 해소해야 한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패자부활전이 활성화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며, 극도로 열악해진 구성원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작동되어야 한다. 국가는 이런 문화를 제도화하고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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