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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원경상대병원 약국 개설등록 취소 판결 의의- 한갑현(대한약사회 전 사무총장)

  • 기사입력 : 2018-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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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경상대병원 편의시설인 남천프라자 건물에 개설된 약국에 대해 지난 12일 창원지방법원이 약국 개설등록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7년 10월 두 개의 약국이 개설된 이후 1년여 만에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재판부는 구내 약국이 개설된 남천프라자에 대해 병원이 편의시설로 안내하고 있으며, 병원과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고 병원 부지가 아닌 곳을 통해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병원의 시설 또는 구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병원이 건물 및 대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약국 임대를 위해 편법적인 방법으로 병원 내부도로를 기부채납한 것에 불과해 병원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한 곳에도 해당된다고 보고 약국 개설등록을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약국 개설과 관련한 도(道)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사법부가 바로잡은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심판법에 의하면 행정심판의 인용 결정(재결)은 행정청인 창원시를 기속할 뿐만 아니라 재청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결정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없는 한 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두 번째는 약국 방문 환자에 대해 원고 적격을 인정한 점이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판례는 약국 개설로 인근 약국이 영업상 불이익을 당해도 이는 사실적·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한 것일 뿐, 법률상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인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약국 개설이 의약분업 제도에 위반되어 약사가 의사의 처방을 확인하거나 대체조제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었다면 환자는 특정 약국의 개설등록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음은 제3자 위탁방식에 의한 임대차 관계도 병원과 약국의 임대차 관계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약국 임대 입찰공고가 몇 차례 무산되자 제3자 위탁방식을 통해 구내 약국을 운영했다. 세무서 사실조회를 통해 위탁업자 매출의 대부분을 약국 임대료가 차지하고, 임대료의 상당 부분이 다시 병원에 지급되는 것을 확인한 재판부는 병원이 사실상의 임대인이며, 약국을 사실상의 임차인으로 보고 약국이 병원과의 임대차를 유지하기 위해 병원 처방전에 대해 견제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공은 창원시로 넘어갔다. 많은 병원들이 불법·편법으로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창원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여 해당 약국에 대한 개설등록을 빠른 시일 내 취소하길 바란다. 보건복지부는 약국 개설에 대한 판단을 지방자치단체에만 전가하지 말고 약사법 조항을 보완하고 세부 해석 기준을 수립할 것을 당부한다.

    한갑현 (대한약사회 전 사무총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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