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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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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아이들 첫사랑

김륭 시인,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펴내
상상력 자극하는 묘사로 재미 더해… 총 80편 수록

  • 기사입력 : 2018-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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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걔가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나도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마침내 찾았다/서로의 말을 걸어 둘/곳!//어릴 땐 코만 파던 새끼손가락에/약속을 걸고 사랑을 걸었다 -‘새끼손가락’ 전문-

    ‘새로움’을 추구하는 김륭(사진) 시인이 어린이 문학의 불멸 키워드인 ‘첫사랑’과 ‘사춘기’를 소재로 한 동시집을 냈다. 새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에는 아이들이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을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시적 상황을 보여주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알쏭달쏭하게 시적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문학 수업을 하다 보면 선생님의 첫사랑은 언제냐는 물음을 받곤 한다”며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이 소재를 재미있고 신선하게 창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80편의 동시가 꽉꽉 들어차 있다. 모험 정신으로 새로운 시 세계를 펼쳐온 김 시인답게 이번 책에도 동시집에서 보기 드문 장치들이 많다.

    80행이 넘게 이어지는 장시 ‘우주 만화 5─손바닥 왕국에서 인디언 왕국까지’와 동시 속에 또 한 편의 동시가 그림엽서 형태로 들어간 ‘액자식 구성’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김 시인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력이 좋다”며 “시가 길고 복잡하면 이해가 어렵다는 것은 어른들의 걱정일 뿐이다”고 말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사들이 시집의 재미를 더한다. 예컨대 어두운 땅속에서 굴을 파고 다니는 두더지를 통해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표현하고(‘모든 첫사랑은 두더지와 함께’), 좋아하는 아이만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마치 하늘의 달 위까지 뛰어오를 것 같은 마음을 그린다(‘소녀 무사 나홍주’). 또 사랑은 독감처럼 예방 주사를 맞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이 모습(‘독감’)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안 시인은 “활달한 상상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과 모험 정신, 대담한 비유와 리듬, 속도감 있는 이미지의 운동을 특징으로 하는 김륭 동시를 통해 아이들의 일상과 내면은 재발견되고 해묵은 동심과 동시는 새롭게 해석되고 발명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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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시인은 진주 출생으로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동시집 ‘별에 다녀오겠습니다’·‘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등을 펴냈으며 김달진지역문학상과 박재삼사천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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