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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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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2월- 조고운(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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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득 서랍 속 주황색 다이어리를 꺼내 펼쳐본다. 첫 장에는 2018년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 적혀 있다. 대부분 해내지 못했다. 일기는 연초에 쓴 한 달 치가 전부다. 나머지 페이지는 기념일 기록 외에 모두 여백으로 남아 있다. 한 잔에 5000원씩 하는 커피 17잔을 마시며 비싼 값을 치르고 받은 다이어리였다. 유행을 좇아 겉은 그럴듯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제 역할을 못해 낸 빈틈투성이의 다이어리가 나의 한 해를 반영하는 듯해 속이 쓰렸다.

    ▼한 시인은 12월의 달력을 보며 ‘작은 바람에도 팔락거리는 세월’이라고 노래했다. 그의 말처럼 올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를 아쉽게 만든다. 좋고 나빴던 기억들을 더듬으며 시간의 속도를 아쉬워하고, 되돌아본 많은 일들이 후회되기도 한다. 반면 우리는 12월에 새해의 새로움을 꿈꾸기도 한다. 후회를 하면서 또 새 희망을 꿈꾸는 이 시간에 대해 천상병 시인은 ‘12월은 참말로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1년의 마지막 달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송년 모임을 가지거나,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일몰 여행을 떠나기도 할 것이다. 또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거나, 다이어리를 구매해 신년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해인 ‘12월의 시’는 말한다.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중략)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중략)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조용히 말하렵니다/가라, 옛날이여/오라, 새 날이여/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고마운 시간들이여.’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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