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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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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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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오롱그룹 이웅렬(62) 회장이 지난달 28일 전격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 회장의 은퇴 배경과 이후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은퇴 선언에서 익살스런 표현을 쓰면서도 단호하게 뜻을 밝혀 우리 사회에 강한 화두를 던졌다. 그의 은퇴 ‘폭탄선언’에 이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코오롱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서신을 본 많은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단다. 재벌 최고경영자의 갖은 불법과 비리에 익숙한 터라 그의 ‘청년 은퇴’는 놀랍고도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웅렬 회장의 부친인 고 이동찬 명예회장도 74세이던 지난 1996년 이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해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명예회장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경영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호를 딴 ‘우정(牛汀)선행상’과 직접 만든 ‘한국오픈 골프대회’만 챙겼다고 한다. 아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버지로서의 존경심과 훌륭한 가풍을 지킨 것이다.

    ▼이 회장은 폭탄선언에서 자신이 금수저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금수저로 태어나 특별하게 살아온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치아에 금이 다 갔다면서 특권층의 불편함과 제약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해냈다. 재벌 자녀로 태어난 금수저가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앞으로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웅렬 회장은 내년부터 코오롱그룹을 떠나게 된다. 특권과 책임감을 내려놓겠다는 이 회장은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치려 한다는 계획을 말했다.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20년간만 운전대를 잡는다고 했는데, 3년의 세월이 더 지나갔고,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자신의 철학을 지킨 이 회장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여타 재벌과 금수저들이 이 회장의 아름다운 은퇴와 도전정신을 본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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