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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생각하면서 살자-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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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문무일 검찰총장이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지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됐는데, 불법 감금과 구타, 학대 등으로 복지원 자체 집계로만 513명이 숨졌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원장에게 특수감금죄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한다. 아무리 인간의 내면세계가 종잡을 수 없다고 하지만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양심이 있을 것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심은 자신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미치는 도덕적인 선 또는 악의 영향을 판별하는 능력을 말한다. 칸트는 양심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를 지녀야 한다고 했고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양심을 천부적인 능력, ‘양지양능(良知良能)’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본심은 선량한데 누가 어떻게 이런 악마를 만들었을까. 미국 스텐포드대학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대학에 감옥을 만들어 놓고 학생들을 간수와 죄수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간수는 아무런 지시 없이도 가학성을 보였고 죄수는 비굴함을 보였다. 인권침해의 염려가 있어 결국 실험은 도중에 중단됐다. 이 실험을 통해 짐바르도는 개인의 기질과 상관없이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크게 지배받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1960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학살한 당사자가 아님을 주장하며, 자신은 행정업무에 충실한 공무원이자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고 한다. 이 재판을 취재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생각 없이 악행에 동참하는 ‘무사유(無思惟)’를 죄로 규정했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가장 무서운 악마로 변할 수 있다. 생각하면서 살자.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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