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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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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선거, 어떻게 치를 것인가- 김시탁(시인·창원예총회장)

  • 기사입력 : 2018-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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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는 몇 사람이 출마를 하든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서 후보자는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로부터 냉정한 선택을 받는다. 선택을 받은 자는 고개를 들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고개를 떨군다. 선거과정이야 어떠했던 선거가 끝나면 엇갈리는 희비를 잘 마무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선거를 하다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 있어 은행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도 똥 쌌다고 속곳까지 까발리려 드는 경우가 있다. 상대편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비방에 험담을 섞어 나팔을 불고 다니거나 아픈 곳을 때리고 멍든 곳을 더 멍들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거판마다 단골로 출연하는 네거티브 같은 악성종양은 치유할 수 있는 백신도 없을뿐더러 전염성조차 강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다.

    기왕 출마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다 보면 대부분 거침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니 그 논리를 등에 업고 기를 쓰고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초기엔 나름대로 여유를 가지고 정도를 가다가도 막바지에 다다르면 대부분 이성을 잃는 경우가 있다. 작은 일을 부풀리고 없는 일도 만들어낸다. 서로 몰아세우고 이쪽 저쪽에서 삿대질을 하니 싸움이 험악해져서 걷잡을 수 없이 판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선거가 끝난 후 승자는 승리로 보상을 받는다지만 패자는 상처 받은 감정들을 쉽사리 지울 수 없게 된다. 외상이야 약 바르면 낫지만 마음속 깊이 박힌 옹이 같은 상처는 약이 따로 없다. 그 혓바닥은 근육이 좋아서 시도 때도 없이 상처를 핥고 도지게 한다. 그러니 선거가 끝났다고 툴툴 털고 단합하자지만 서로가 너무 일방적으로 치달리다 보니 벌어진 간격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 선거 후유증이 낳게 된다. 선거에 패한 후보가 선거 후 잠적하거나 단체를 탈회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그와 연관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이 중요하니 후보자는 상대를 공격하기 이전에 진정성 있는 공약으로 당당하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결국 어느 쪽을 밀었던 함께 이끌어갈 회원이며 추슬러야 할 대상이니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사정을 헤아리고 존중하면 당선 후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좋은 우군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 간과 쓸개를 빼줄 것 같은 사람이라고 모두 내 표가 아니며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침묵하거나 쓴소리를 한다고 하여 모두 남의 표가 아니다. 선거기간의 한계는 신뢰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데에는 유효기간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선거는 순식간에 끝나지만 후보는 유권자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 가장 큰 선거판인 생의 올바른 후보는 표를 잃을지언정 인품은 잃지 않는다. 눈앞으로 다가온 경남 미술협회장 선거를 선두로 창원 미술협회장 선거가 이어진다. 내년 초로 예정된 경남예총회장 선거도 이미 물밑작업에 들어간 듯하다. 내년 4월에 치르질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사람들도 매의 눈으로 촉각을 곧추세우고 있다. 유권자들도 선거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심란하다. 잘못 찍은 손가락을 물어뜯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행복한 갈등은 저 사람은 참신하고 이 사람은 유능할 때 발생한다. 참담한 현실은 그 나물에 그 밥 같아서 숟가락조차 들고 싶지 않을 때다. 선택은 한쪽을 버리는 일이기에 신중을 기한 다지만 그래도 그 신중이야말로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를 어느 쪽으로도 행사하고 싶지 않을 때보다는 얼마나 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가. 마음이 가는 기호에 눈도장 찍을 유권자의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김 시 탁

    시인·창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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