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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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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남겨진 16인의 발자취

■ 도시의 얼굴들
허정도 건축가가 추적·재현한 마산의 역사
임화·순종 등 마산을 거치거나 살았던 인물

  • 기사입력 : 2018-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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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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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극로


    경상대학교 출판부가 건축가이자 도시 전문가인 허정도씨가 추적하고 재현하고 상상해낸 ‘도시의 얼굴들-한 도시에 남긴 16인의 흔적’을 발간했다.

    이 책은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다. 한 도시를 거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머물고 스쳤던 시간과 장소에 관한 이야기다.

    20세기 전반 60여 년 동안 마산이라는 한 도시에 남은 16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도시 이야기다.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낯선 인물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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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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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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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시인 백석처럼 잠시 이 도시를 스쳐간 이도 있고, 옥기환, 명도석, 김해랑처럼 평생 마산이라는 도시에서 산 이도 있고, 마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대륙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명시도 있고, 계획된 일로 이 도시를 방문한 순종, 이극로, 김수환 추기경도 있고, 마산에서 문학의 터를 닦은 이원수, 김춘수, 천상병도 있고, 병으로 이 도시와 인연을 맺은 나도향, 임화, 지하련, 산장의 여인도 있고, 열일곱 살 마지막 엿새를 마산에서 보낸 김주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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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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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향

    16인이 머물렀던 시간과 장소, 이유와 행적은 모두 달랐다. 저자는 그 다름을 하나둘 찾아내며 그들이 남긴 행적을 좇고, 머물렀던 장소를 연결하고, 사라졌거나 흐릿한 것을 재현하고, 짧은 말과 글로만 남은 것을 복원하고, 사이사이의 빈틈을 상상해 냈다. 사라져서 장소만 남은 것은 부여잡고 숙성시켜 세상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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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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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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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주목할 건 한 도시 공간에서의 행적뿐만 아니라 인물의 세부까지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유독 좋아했던 책벌레 천상병, 자신이 좋아했던 단가의 거장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석(石) 자를 따와 필명으로 썼던 백석, 한자리에서 70사발의 주량을 자랑했던 나도향, 독립지사 명도석 선생의 넷째 딸 숙경을 아내로 맞은 김춘수의 마산 생활을 들려준다.

    저자가 건축가여서 이 책이 도시의 건축에 대한 글일 거라는 추측은 위험하다. 허씨는 건축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넉살 좋게 풀어낸다. 감수성과 문장력으로 무장한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스토리를 흥미롭게 엮어간다.

    저자는 마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공간 변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창원대학교와 경남대학교에서 건축학과 도시학을 강의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허정도 지음, 지앤유 펴냄, 1만7000원

    강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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