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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북한과 나의 거리감-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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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일본을 얘기할 때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동양사상·문화를 공유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이와 영토 분쟁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북한은 일본보다 가까이 있지만 더 먼 이웃이다.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이지만 외세에 의한 분단 이후 완전히 갈라져 70년 가까이 실질적인 왕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본격화된 금강산 관광으로 남한의 200만명이 북한 땅을 밟았지만 한정된 지역을 둘러보는데 그쳤고, 북한 주민과의 접촉이 통제돼 사실상 북한을 다녀온 남한 일반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남한 사람들이 느끼는 북한과의 거리감은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멀다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받아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내재돼 있으며, 북한 사람들의 머리에 뿔이 달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이질감을 갖고 있었다.

    최근에는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이 생겨나 간접적으로 북한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분단 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북한의 문화, 생활, 사고, 관념 등을 완전히 이해하며 공감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북한을 가까이 느낄 만한 기회가 있었다.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북한선수단이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묵은 것이다.

    보안 관계로 언론 등에 공표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잘 몰랐겠지만 북한선수단의 숙소는 진해에 있는 이순신리더십센터였다.

    우리 집에서 도보로 3~4분 거리로, 나의 퇴근 후 산책로에 위치해 있다.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막 전에 이 소식을 접하고 조금 놀라우면서도 북한 선수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은 지난 8월 31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9월 12일 출국까지 12일간 이순신리더십센터에서 묵었다. 그 기간 거의 매일 밤 그 앞을 걸어 다녔지만 끝내 북한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평소에는 사람이 거의 머물지 않아 깜깜했던 건물에 환하게 켜져 있는 조명과 출입구를 지키는 의경들로 미뤄 북한 선수들이 있다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경호 문제 등으로 북한 선수들의 숙소 밖 외출이 통제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렇게 지척에 있는데 그들의 모습조차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어느 날 센터 주위를 걷다가 문득 북한 선수단도 숙소 밖 남한 세상이 궁금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한의 거리를 걸으면서 음식점과 슈퍼를 둘러보고 싶지 않았을까. 그들도 나처럼 남한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지 않았을까.

    최근 남북한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그것이 실현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 선수단이 남한에서도 남쪽 끝인 진해까지 왔다는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그로 인해 나와 북한과의 거리감도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이렇게 남북한이 조금씩 거리감을 좁히다 보면 멀지 않은 장래에 서로 자유롭게 양쪽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남북한 사람들이 손을 잡고 통일을 노래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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