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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눈 깜짝이부터 배우는 하동군의원-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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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18세기 중엽의 화가 강희언의 ‘돌 깨는 석공’이라는 그림은 두 사람이 돌을 깨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 사람은 망치로 돌을 내리치려 하고, 한 사람은 정을 잡고 앉아서 행여 돌이 튈까 봐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생긴 재미난 속담이 있다. ‘석수장이 눈 깜짝이부터 배운다’는 속담이다. 석수장이가 돌 쪼는 기술보다 튀는 돌 조각을 피하기 위해 눈 깜짝이는 것부터 먼저 배운다는 의미이다. 본연의 일에 충실하지 않는 사람을 비유한다.

    하동군의회 의원들이 눈 깜짝이부터 먼저 배우는 석수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동군의회는 지난 9월 제2회 추경예산에 13개 읍·면 지역의 주민숙원사업 예산으로 155개 사업에 25억6800여만원을 편성했다. 하동군의원들이 석수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 주민숙원사업 예산을 쌈짓돈처럼 주무른 것이 드러나서이다. 대부분의 군의원들이 전체 숙원사업 중 70여건 13억5000여만원에 개입해 자신들이 심의한 사업을 통과시킨 후 그 공사를 특정업체를 지정해 배정했다.

    하동군의회는 지난 7월에 8대 의회가 출범했다. 문제가 된 추경예산은 의회 출범 후 2개월 만이며 첫 예산 심의이기도 하다. 새 의회 출범을 맞아 예산 심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의원들이 출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 재선 이상 의원들은 새 임기를 맞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초선 의원들은 직권남용적으로 숙원사업을 좌지우지했다. 눈 깜짝이부터 먼저 배운다는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 편의를 봐주고 도움을 주는 데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숙원사업 밀어주기가 순수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숙원사업 한 건에 사례금이 정해져 있다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군의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순수성은 거리가 멀어진다. 사법당국이 이러한 과정을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동군의회 의원윤리강령은 군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다섯 가지 실천강령을 표방하고 있다. 그중 제3항은 ‘부정한 이득을 도모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청렴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8대 의회 개원사에는 ‘조그마한 이권과 청탁에도 개입하지 않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청렴을 솔선수범하는 바른 의회’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군민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지 초심(初心)을 점검해봐야 한다.

    하동군의회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20일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 군민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은 옳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게 의회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민심은 조용해지더라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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