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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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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55)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25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하시죠”

  • 기사입력 : 2018-1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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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은희는 고뇌를 하고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중년인의 이름이 양해찬인 모양이었다.

    “주전홍은 어떤 사람입니까?”

    “조선족이에요. 몇 번 사기를 친 경력이 있어요. 폭력배들하고도 연결되어 있고.”

    “그런데 서울에 오면 갤러리에 들르라고 한 겁니까?”

    “서울에는 못 와요. 수배되어 있거든요.”

    전은희가 피식 웃었다. 주전홍에 대해 사전 조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군요.”

    “고미술 거래는 어려워요. 사기꾼도 많고요. 하지만 우리는 장기간 거래를 할 거예요. 어차피 돈을 바라는 사람들이라 계속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기를 치기 어렵죠.”

    “아.”

    김진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미술 거래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당국도 문화재 반출을 단속하고 있었다.

    “중국에 문화재가 많은 모양입니다.”

    “북한과 가깝잖아요?”

    “일본에만 많은 줄 알았는데.”

    “일본에는 엄청 많이 있어요. 일본인들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많구요. 일제 강점기 때 수많은 문화재가 반출되었어요. 일본의 도서관이나 박물관에도 많이 있지만 개인 소장도 많아요. 일본인들은 개인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공개되지 않은 문화재도 엄청 많을 거예요.”

    김진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천진도 빌딩이 많았다. 중국은 인구 500만이 넘는 도시가 수십 개에 이른다. 천만이 넘는 도시도 수십 개다.

    차창으로 번화가의 빌딩들이 지나갔다.

    “북경으로 돌아가야죠?”

    “운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그럼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하시죠.”

    “그래요.”

    김진호는 북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빗줄기가 더욱 굵어져 있었다. 저녁식사는 천진에서 빠져 나온 뒤에 아리랑집이라는 북한 식당에서 했다. 냉면과 수육이 맛이 좋았다. 중국에는 북한 식당이 여러 곳에 있다.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한식이다.

    -전화주세요.

    식사를 마치고 흡연소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강정에게서 문자가 왔다.

    “무슨 일?”

    김진호가 강정에게 전화를 했다. 강정의 목소리는 은근하게 교태가 섞여 있다.

    “비가 와서 전화했어요.”

    비가 오니까 싱숭생숭해진 모양이다.

    “나는 지금 천진에 있는데….”

    김진호가 말꼬리를 흐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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