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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진정한 관리자란?- 곽향련(시인)

  • 기사입력 : 2018-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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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에서 ‘장’이 갑질을 해도 당연시되듯 하였다. 자존심 상하고 더러워도 참고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갑질을 하면 발끈, 불끈한다. TV에서도 그런 실례가 여러 차례 나왔고, 온당치 않은 갑질은 당연히 이 사회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어느 계열의 직장에서는 새롭게 생겨난 말이 있다. ‘장’은 갑이 아니고 을도 아니요, 병이나 정쯤 된다고 한다. 직원에게 또는 민원인에게 더 고개를 숙여야 하는 요즘의 세태다.

    그러나 간혹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는 갑질이 곳곳에 있다. 갑질을 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실무를 보는 부하직원의 입장을 생각지 못하고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데서부터 오는 오류다. 직원이 일을 잘 하도록 지원하고 도와줘야 그 직장이 원활하게 잘 돌아간다. 실무자만이 아니라 장이나 중간관리자도 사고력에 탄력을 가져야 한다. 잡다하고 사소한 일들은 상사가 직접 실천할 수 있어야 부하직원이 마음 놓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뇌가 말랑하지 않고 굳어 있는 상사는 ‘아니,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원의 집중력으로 잘 만들어진 자료가 보고됨으로써 결국은 상사의 능력이 훌륭히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과 소속된 직장을 더욱 성장하게 만든다.

    소통, 소통의 문화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불소통이 빈번하다. 어떤 일이 문제가 생겼으면 그와 관련되는 직원 여럿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갈 일이다. 한 사람만의 이야기를 듣고 일방적 지시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와 불신을 가져온다. 문제가 발생하면 뒤로 슬쩍 빠지려는 관리자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정말 커진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간 관리자는 리더의 마음과 뜻을 잘 읽고 팀원들에게 전달을 제대로 해야 한다. 또 직원들의 의사와 업무현황을 잘 파악해서 장이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장과 직원들 간의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 중간관리자는 자신의 독단적인 생각대로 직원들에게 알렸다가 되레 장을 욕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전 직원 간의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나 중간관리자가 역할을 잘 수행해야 장과 직원들의 화합을 가져온다.

    얼마 전 울릉도, 독도를 다녀왔다. 내 룸메이트의 장은 부하직원이 뱃멀미는 하지 않았는지,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다. 주고받는 대화가 참 정겹다. 정은 사소한 데서 생겨나고 사소한 데서 섬김이 생겨난다.

    갑을병정을 논하기 전 아름다운 관계란 서로의 노력에서 오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은 넘쳐나나 덕망이 있는 사람은 드문 세상이다. 직장을 ‘작은 나라’에 비유해본다면, 젊은 시절에 읽었던 ‘노자’의 제17장 ‘덕치(德治)’를 잠시 빌린다.

    ‘더할 바 없이 훌륭한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백성이 모르게 한다. 그 다음으로 훌륭한 임금은 임금 노릇을 친절하게 하여 백성들로부터 명예를 얻는다. 그 다음보다 못한 임금은 임금 노릇을 두렵게 하고, 아주 못난 임금은 임금 노릇을 부끄럽게 하여 백성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 불신을 당한다’고 하였다.

    모두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관리자’가 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직원들로부터 ‘관리자’를 두려워하게 하거나 불신을 받는 ‘관리자’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 부디 화합하면서 발전하는 직장문화를 이끌어 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곽향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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