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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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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47)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17

“점심 때 뭐해요?”

  • 기사입력 : 2018-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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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의 지붕과 거리가 비에 함초롬히 젖어 있다. 집집마다 뜰에 있는 정원수들에 녹음이 짙었다. 이제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커피 마셔요.”

    등려화가 커피를 끓여 왔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커피를 마셨다.

    “점심 때 뭐해요?”

    “전은희씨 만나야 돼.”

    “전은희씨면 서울의 갤러리에 있는 여자?”

    “응.”

    “왜요?”

    “아마도 중국에서 그림을 사려는 것 같아. 내게 뭐 도움을 청할 일이 있나 봐.”

    김진호는 아침식사를 하고 11시까지 등려화와 함께 지냈다. 비는 그때까지 그치지 않고 있었다. 행사장에 가서 차를 가지고 전은희와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김진호는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산사와 통화를 했다. 산사는 평창동 집이 편안하고 한국의 기획사 사람들이 친절하여 시언이와 준희가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진호는 오픈행사가 성황리에 끝났고 오늘은 서경숙의 갤러리 때문에 천진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사는 아이들과 명동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김진호는 명동칼국수를 먹으라고 권했다. 산사와 통화를 끝내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비가 와서 불편하시죠?”

    전은희가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아니요. 조금 낭만적인 기분이 드네요.”

    김진호는 전은희와 마주앉았다. 창으로 거리가 내다보였다. 행인들이 색색의 우산을 쓰고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알리바바 회장이 물러난다고 하네요.”

    “뉴스에서 봤습니다. 55세라고 하는데 은퇴가 빠르네요.”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교사로 돌아갔어요.”

    “마원 회장이 후진타오 전 주석과 가까워서 제거되는 거라는 소문도 있어요. 중국은 이런 일이 흔해요. 판빙빙도 소식을 알 수 없잖아요? 권력자 눈에 벗어나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거나 사라지게 되죠.”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전은희는 한국의 권력자들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김진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김진호가 좋아하지 않았다. 김진호는 전은희와 함께 식사를 주문했다. 파스타와 구운 양고기였다.

    “제가 엉뚱한 말을 했나 봐요. 죄송해요. 어제 행사 참 좋았어요.”

    “그래요? 다행입니다.”

    “혹시 저와 함께 천진에 다녀오실 수 있어요? 실은 동행해 주셔야 돼요.”

    “천진이요?”

    천진은 북경에서 자동차로 네 시간 정도 걸린다. 전은희는 그림 때문에 천진에 가는 것이 분명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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