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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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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투어

100년 전 진해가 돌아왔다

  • 기사입력 : 2018-10-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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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진해구는 일제가 군사 목적으로 만든 도시로 근대문화역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근대역사길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충무공 이순신 동상, 백범 김구 선생 친필 시비 등 근대문화역사자원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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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 이순신 동상.

    창원시는 지난 2015년 중원로터리 일대에 11억8000만원을 들여 ‘진해 군항역사길 조성사업’을 완료했으며, 지난 3월부터는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투어프로그램 해설사를 위촉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일 해군의집을 출발하는 정기투어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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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항마을 역사관.



    진해 근대문화역사길 투어프로그램은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15곳을 스토리텔링 투어코스로 개발한 것이다. 해군의 집을 출발해 충무공 이순신 동상, 문화공간 흑백, 군항마을 역사관, 군항마을테마공원, 진해군항마을 거리, 육각집(뾰족집)인 새수양회관, 원(영)해루, 백범 김구 선생 친필시비, 선학곰탕(옛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 일본식 장옥거리, 진해우체국, 제황산(진해시립박물관, 전망대)에서 마무리된다. 근대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도보로 여행하는 프로그램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근대문화투어 여행을 떠나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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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항마을 테마공원.



    1910~1912년 중원로터리 주변은 일제에 의해 본격 개발되면서 도시의 물리적 형태를 갖췄다. 1910년 진해에 거주한 일본인은 35명에 불과했지만 1912년 5600여명까지로 늘었다. 한국인 대비 일본인 비율이 2.5:7.5여서 일본인 지배가 가장 강했던 도시이기도 했다. 일제는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견제하고 동북아시아를 지배할 야심을 가졌으며, 군항(군함을 만들 수 있는 항구)으로서 천연적인 지형을 갖춘 진해를 개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군비 축소 영향으로 요항(군함을 수리할 수 있는 항구)으로 축소 개발했다. 당시 중원로터리 주변은 러시아풍의 진해우체국 문화재청사가 있으며, 중국과 일본풍이 섞인 새수양회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진해경찰서 건물은 독일식 등 세계 각국 건축양식이 섞여 있었다. 여종희 해설사는 “중원로터리의 팔거리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광장 등 유럽을 본뜬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의 유럽식 건축물도 세계로 뻗어가려는 일본의 야심을 담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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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항마을 거리.


    투어 집결지인 해군의 집에서 나와 2~3분 거리에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충무공 이순신 동상(창원시 근대건조물 제1호)을 만날 수 있다. 전국 최초로 세워진 이 동상은 6·25전쟁 중인 1952년(임진왜란 360년) 4월 13일 건립됐다. 이후 광화문 동상, 표준영정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막식에도 직접 참여했으며, ‘충무공 이순신상’이라는 글자도 이 전 대통령이 썼다. 이승만 근서라는 글자도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지워진 흔적이 남아 있다. 매년 4월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는 군항제는 충무공 동상을 세운 뒤 추모제를 지내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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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우체국.



    흑백다방으로도 불리는 ‘문화공간 흑백’(창원시 근대건조물 제4호)은 창원소방본부를 지나 중원로터리를 향하다 보면 만난다. 올해 말 재개장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건물 내부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보와 기둥, 흑과 백의 색채 등은 그대로 남겨져 있다. 화가 유택렬이 1955년 친구이자 작곡가인 이병걸이 운영하던 ‘칼멘’ 다방을 인수해 흑백 다방으로 개명한 후 2008년까지 운영했다. 소설가 김탁환이 첫 작품을 탈고한 후 기쁨을 나눈 공간이기도 하고, 김춘수 시인이 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헝가리 소녀 이야기를 듣고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란 시를 쓴 장소다. 내부에는 흑백 다방 당시의 모습이 남아 있긴 하나, 많이 변한 아쉬움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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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각집(뾰족집).



    군항마을 역사관과 군항마을 테마공원, 군항마을 거리는 인접해 있다. 군항마을 역사관은 1912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일제 시대 때 일인 소유의 재산 중 주택) 목조 건물로 우리나라 근대사를 대변하는 350여 점의 사진 등 기록물과 중요 시설물이 잘 보존돼 있다. 사진과 영상물로 만나는 진해의 옛 모습도 새롭다. 진해구 중앙동 노인정 건물로 사용하다 으뜸마을 만들기 공모전에 선정돼 지난 2012년 11월 8일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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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간 흑백.



    군항마을 테마공원은 그동안 활용도가 낮았던 대천동 복개천 공간을 재정비해 근대문화유산을 소개하고, 근대역사체험을 위한 출발점으로 활용하고자 만들어졌다.

    진해군항마을 거리는 우리나라 근대사를 대변해주는 곳으로, 장옥거리, 흑백다방, 수양회관, 원해루 등 근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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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영)해루.



    군항마을 테마공원에서 중원로터리를 바라보면 육각집이 있다. 바로 맞은편은 원(영)해루이다. 새수양회관으로 운영 중인 육각집은 6각 지붕이 있는 3층 건물로 당시 고급 술집이었다고 한다. 독특한 외관과 근대 상업시설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으나 외관은 일부 변형됐다. 원래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 1채와 남서쪽에 1채 등 총 3채가 있었다고 한다.

    원(영)해루는 영화 ‘장군의 아들’을 촬영한 곳으로 6·25 전쟁 당시 중공군 포로 출신인 장철현씨가 1956년 개업한 중국음식점이다. 원래 영해루(榮海樓)라는 상호로 문을 열었지만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아 현재는 원해루(元海樓)라는 상호로 운영 중이다. 건물 제일 위 상호 원해루 중 ‘해루’ 두 글자는 건물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군만두를 즐겨먹었던 곳이기도 하며, 장제스 대만 총통 등이 다녀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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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김구선생 친필시비.



    남원로터리에 이르면 백범 김구 선생 친필시비(창원시 근대건조물 제2호)가 있다. 이 시비는 1946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해 남긴 친필 시를 새겨 만든 비석이다. 당시 김구 선생은 해안경비대(현재 해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조국해방을 기뻐하면서 친필 시를 남겼다. 비문은 ‘이충무공 전서’에 실려 있는 ‘진중음(陣中吟)’ 중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바다를 두고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을 두고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주는구나)’라는 구절이다. 김구 선생의 글씨체는 총알을 맞은 후유증으로 인해 떨림체라고도 하지만 선생은 ‘총알체’라고 했다고 한다. 친필 시의 글씨는 비석을 세우기 위해 비석 크기로 쓴 것이며, 원본은 진해시립박물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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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학곰탕 (구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



    선학곰탕(국가지정등록문화제 제193호)은 1912년에 건립된 건물로 일제강점기 당시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이 살던 관사였다. ㄱ자형의 평면에 주 현관이 돌출 형으로 설치돼 있으며, 내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 공간은 서양식으로, 가족들의 주거 공간은 전통적인 일식으로 돼 있는 목조주택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2시이며,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일본식 장옥거리는 6채가 길게 이어져 있다. 러일전쟁 직후 일제가 진해를 군사도시로 건설할 때 일본식 건물인 장옥(長屋·나가야)을 만들었는데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1910년대 진해 도시 계획 시 도로변 건축물은 2층 이상이 돼야 허가를 해줬다. 장옥은 현재의 연립 주택 형태로 당시 1층은 상점, 2층은 주택과 여인숙으로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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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장옥거리.



    진해우체국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우체국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1912년 러시아풍으로 건축됐으며 국가사적 제291호이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전보를 보낸 곳으로 나왔었다.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내부 바닥은 목조 마루이고, 지붕은 동판으로 마감했지만 현재 외관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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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황산 정상(해발 90m)에는 일본의 러일전쟁 전승기념탑이 세워졌으나, 이를 헐고 1967년 해군 군함을 상징하는 탑을 건립했다. 9층 탑인 진해탑(창원시 근대건조물 제3호)과 365개로 구성된 1년 계단이 있으며, 진해탑 2층에는 진해시립박물관과 모노레일카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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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 진해역사는 1926년 건립됐다. 일제강점기에 해군기지의 유지와 경부선·경전선과 진해항의 연결을 위해 창원~진해간 연결된 진해선의 역사였다. 당시 일반적인 지방 역사의 형식과 규모가 온전히 남아 역사적, 건축적 가치가 있어 2015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열차는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지난 2015년 1월 31일을 기점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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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황산


    투어에 참가하려면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시에 별도 신청 없이 해군의 집을 방문하면 된다. 수시투어는 10명 이상 신청시 운영되며, 투어희망일 3일 전까지 홈페이지(naval.changwon.go.kr)를 통해 사전 신청하면 된다.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해군의 집이나 홈페이지에서 ‘홍보 리플릿’을 찾아서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나서면 곳곳에 설명이 있으며, 창원 공용자전거 ‘누비자’를 이용해 근대역사 여행을 떠나도 된다. 이동 중 적산가옥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적산가옥을 잘 리모델링한 커피숍 또는 음식점을 발견해 커피나 차를 한 잔 하거나 식사를 하는 것도 가을에 어울릴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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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오는 길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창원시 진해구 충장로 25 해군의 집을 찾아오면 된다. 진해 시내버스 지선 305번, 307번, 315번, 317번 등이 지난다. 마산과 창원지역는 진해역에서 내려서 북원로터리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 진해구 내에서 시내버스 환승을 하면 된다. 창원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오려면 해군사관학교 입구에 있는 진해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남부터미널, 동서울터미널), 부산(사상, 노포동), 김해, 거제, 울산 등을 오가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진해시외버스 정류장에서 해군의 집까지는 택시로 5분 정도 걸린다.

    글= 권태영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도움말= 여종희 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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