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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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포르투갈 리스본

핑크빛 노을 너머 설렘, 사랑, 추억
유라시아대륙 최서단 호카곶

  • 기사입력 : 2018-10-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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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종일 리스본 근교로 여행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2주 정도 여행하다 보니 지도는 못 봐도 시티는 혼자서 충분히 여행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근교로 나가는 건 아직 자신이 없었다. 유랑을 통해서 동행을 구했고 호시오역에서 만나 다 같이 출발했다. 호시오역에서 기차+버스 1일권을 사서 하루 종일 호카곶(로카곶), 신트라, 카스카이스를 구경했다.

    호카곶은 유라시아대륙의 최서단으로 선원들은 ‘리스본의 바위’라고 부른다. 십자가 탑에는 유럽의 땅끝임을 알리는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라는 시 구절이 쓰여 있다. 그리고 호카곶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언어로 된 증명서도 발급해주고 있다. 인근 도시인 신트라(Sintra)와 카스카이스(Cascais)에는 무어인들이 쌓은 성이나 포르투갈 왕실의 궁전과 같은 볼거리나 휴양시설이 많고, 중세의 유적지를 보존하고 있는 신트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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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빛 노을의 카스카이스 해변.



    우리는 먼저 호카곶으로 갔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겨울바람처럼 굉장히 세고 매서웠다. 시티는 너무 더워서 민소매를 입었었는데 호카곶, 신트라, 카스카이스는 의외로 바람이 세니까 겉옷을 챙기는 걸 추천한다. 여행을 갈 때 정보나 사진을 많이 보고 가는 편이 아니라서 호카곶 사진도 많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제일 예쁜 곳은 역시 자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다와 절벽과 풀들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제주도 같은 느낌도 나면서 올레길을 걷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제주도 같다고 해서 동행들이 산통을 깼다고 한소리 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정말 제주도 같은 느낌이다) 흙길 말고 바위도 있는 길로 가면 좀 더 밑으로 가서 바다도 볼 수 있어서 우리는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내려가는데 길이 험해서 운동화를 신고 올 걸 하고 후회했다. 나는 샌들을 신었는데도 발이 너무 아팠다. 호카곶에서는 땅끝마을 인증서를 11유로에 살 수 있지만 우리는 아무도 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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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같았던 호카곶의 모습.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오늘의 빡빡한 여정을 소화하기 위해 페나성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포르투 동행이 알려준 신트라역 근처 중국집을 가보기로 했다. 신트라 버스정류장 근처에 음식점이 별로 없어서 바로 찾을 수 있다. 메뉴판이 전부 포르투갈어여서 당황했지만 다행히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는 분이 메뉴판 해석을 해주셨다. 다들 너무 배가 고파서 이것저것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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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나성은 바깥 공원과 내부로 나뉘어서 입장료가 다르다. 나는 그 전에 갔던 친구가 공원만 끊어도 충분하고 내부로 가는 길은 줄도 엄청 길다고 해서 공원만 끊어서 구경했다. 날이 좋으면 더 예뻤을 것 같은데 내가 간 날은 안개가 많이 껴 있었다. 파란 하늘이랑 찍으면 정말 그림일 것 같았는데 아쉬웠다. 페나성이 산 중턱쯤 위치한 것 같고 안개도 끼고 하니까 또 엄청 추웠다. 이날 옷은 정말 미스매치…. 그래도 안개 덕분에 오히려 동화 같은 신비한 느낌도 났다. 페나성의 색감이 너무 알록달록하고 예뻐서 어떻게 찍어도 인생샷이었다. 페나성 갈 때는 예쁜 옷을 입고 가서 사진을 왕창 찍는 걸 추천한다. (다만 바람이 날려도 수습 가능한 옷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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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가 많아서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신비로웠던 페나성.


    페나성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버스 줄은 정말 길었다. 버스가 자주 오는 편도 아니었는데 버스가 많지도 않아서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결국 리스본으로 돌아가려던 우리는 카스카이스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렇다. 사실 카스카이스는 우리의 계획에는 없었다) 다른 버스를 찾아서 우리는 조금 더 걸어내려가 카스카이스로 가는 버스를 탔다. 호카곶과 페나성은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사람들도 많고 북적거렸는데 카스카이스는 그에 비해 굉장히 한산하고 조용했다. 아시아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한국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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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가 많았던 카스카이스 골목길의 모습.


    포르투와 리스본은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우리는 지도도 보지 않고 골목 골목 구경해보기로 했다. 길을 걷다 다 같이 젤라토도 사먹었다. 의외로 맛있었다. 사실 엄청 추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은 잘 들어갔다. 젤라토를 손에 쥐고 벽화가 그려진 골목들을 걸어다니니 정말 유럽여행하는 기분도 나고 여유롭고 즐거웠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면 바다가 안 보일 것 같아서 얼른 해변가 쪽으로 갔다. 포르투갈은 노을이 지면 항상 핑크빛이었는데 바닷가에서 핑크빛 노을을 맞이하니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에서 노을은 노란빛과 주황빛에 가까웠는데 핑크빛 노을을 보니까 설레었다. 그렇게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사진도 찍고 정신없이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리 소리가 났다. ‘여긴 호수가 아닌데 무슨 소리지?’하고 봤는데 외국인이 큰 거위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너무 놀랐던 게 크기가 사람 반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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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동물 같았던 거위 모습.


    한참을 해변에서 놀다가 해가 져 캄캄해지자 배도 고프고 굉장히 추워졌다. 추위와 배고픔을 피해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여름에 언니랑 나는 담요를 요구했고 친절하게 직원들은 담요를 제공해주었다. 반신반의하면서 물어봤는데 담요가 있어 놀랐고 적어도 감기는 안 걸리겠다는 생각에 또 안심했다. 포르투갈은 생선요리가 유명했는데, 나는 지금껏 육고기 위주로 먹었다. 하지만 그날은 바다 근처이기도 해서 생선요리를 일부러 시켜 보았다. 의외로 와인과 생선이 잘 어울리고 역시나(!) 맛있었다. 여유롭게 리스본을 여행한다면 하루 정도 근교를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리스본과는 또 다른 느낌의 도시, 아름다운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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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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