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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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 가야문화 (1) 김해 금관가야

倭에 철 수출… 찬란한 철기문화 꽃피우다
통일왕국 이루지 못했던 가야
12개 나라로 구성돼 독립된 형태 유지

  • 기사입력 : 2018-10-1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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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간 철의 제국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시대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며 한국 고대사에서 변방으로 취급받았다. 정부가 고대 가야사 연구와 복원에 적극 나서면서 가야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경남은 김해 금관가야와 함안 아라가야 유적지에서 왕릉급 고분이 발굴돼 가야사 연구의 중심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가야사 연구는 제자리걸음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야사는 특히 고고학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문헌사와 고고학을 결합하는 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새로운 고고학적 자료의 증가에 따라 가야인의 삶과 죽음을 밝혀내는 연구가 필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가야 역사와 문화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가야와 왜는 요즘으로 치면 ‘동맹(同盟)’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오랜 기간 이어갔다.

    가야사 연구의 핵심 문헌인 ‘일본서기’에는 가야를 뜻하는 ‘임나(任那)’가 무려 215번이나 나온다. 본지는 경남에 남아 있는 가야문화를 돌아보고 가야 주민과 유물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배경과 남긴 유적, 문화재 현황·실태를 짚어본다. 또 일본의 고대사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가야사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본다.


    ◆600년 역사 잊혀진 가야= 가야의 역사는 기원 전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동강 서쪽 변한 지역에 있던 세력 집단들이 남쪽 해안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야는 통일왕국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남긴 문헌이 없어 삼국지 위서동이전, 삼국사기, 일본서기 등과 고고학 자료를 근거로 12개 정도의 나라들이 가야라는 독자적인 역사를 갖고 있었음을 추정한다. 가야는 가라(加羅)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가라는 산자락과 들에 모여 사는 마을을 뜻하는 우리말로, 이후는 정치체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김해의 가락국은 가라의 나라인 셈이다.

    삼국지 위서동이전은 3세기경에 경남에 산재했던 12개의 가야국을 열거하고 있다. 구야국(김해), 아야국(함안), 반로국(고령), 불사국(창녕), 돋로국(거제), 미리미동국(밀양), 고순시국(창원), 고자미동국(고성) 등 가야인들의 나라 이름을 기록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금관가야, 아라가야(함안) 등 이름은 고려시대 일연스님이 당시 행정구역명에 가야를 붙였다고 전해진다. 그 설에 따르면 정작 가야인들은 현재 불리는 이름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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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수로왕릉 전경.



    ◆가야 연구 더딘 이유는?= 가야의 여러 나라들은 약 600년 동안 삼국과는 다른 독립된 형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실체보다는 허왕후, 구지가 등 설화나 전설을 간직한 ‘잊혀진 왕국’으로 기억된다. 조선왕조가 500년을 유지한 것과 비교해 더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남긴 문헌이 없어 연구가 더디다.

    김삼기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승자 원칙에 따라 쓰이는 역사서의 특징이 그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소장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단편적으로 기록돼 있어 매우 빈약하게 문헌으로 남아 있다. 가야에 관한 연구는 사실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먼저 시작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임나일본부설, 광개토대왕릉비, 칠지도 등 일본 학자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야사 연구에 나섰다. 당연히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신라, 백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기존 삼국시대에서 가야를 추가한 사국시대로 확장해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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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문화축제 수로왕 행차 퍼레이드.



    ◆경남에 남아 있는 가야 흔적= 경남에는 가야인들이 남긴 유적과 유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난 8월 30일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주최로 열린 ‘가야문화권 중장기 종합 조사·연구 계획 수립을 위한 제2차 전문가 포럼’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사된 가야유적은 642곳이다. 그중 경남 521곳, 경북 21곳, 전라 100곳으로 경남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야 관련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 1건, 보물 1건, 사적 39건 등 모두 42건인데, 지역별로 보면 경남 29건, 경북 8건, 부산 4건, 전남 1건으로 전체의 69%가 경남에 있다.

    경남에는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운 왕국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6가야의 맏형으로 손꼽히는 가락국(駕洛國)의 왕도 김해에는 수로왕릉과 수로왕후릉, 탄생설화가 있는 구지봉 등의 유적이 남아 있고, 아라가야의 함안에서는 왕성터, 토기, 가마터 등이 발견됐다. 고성의 소가야에서도 소가야 양식 굽다리접시, 고분 등을 볼 수 있다. 지난 6월 함안군 임야와 농지에서 문헌이나 구전으로 전해오던 아라가야 왕성(왕궁을 보호하는 성곽)의 실체를 드러낼 유적이 처음 발견된 데 이어 창원 현동에서도 가야시대 최대 규모의 고분군이 발굴됨에 따라 경남지역 가야사 연구 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쇠바다’로 불린 김해(金海)= ‘나라에서 철이 생산돼 한(韓)과 예(濊) 그리고 왜(倭)까지 수출됐다. 여러 시장에서 사는데 모두 철을 사용하여 중국에서 화폐를 쓰는 것과 같았다. 또한 이군(二郡)에도 공급됐다.’ 이것은 ‘삼국지’가 한의 종족 중에서 변진 사회에 대한 기록이 전하고 있는 아주 유명한 철의 생산과 유통에 관한 자료이다. 기원전후에서 3세기 말 사이의 변진 사회에서 철이 생산되고 수출되던 소식들이 낙랑을 거쳐 중국 낙양까지 전해져 기록됐다고 해석된다. 이에 따르면 가락은 해상 중개무역에 그치지 않고 철을 수출하던 철의 왕국임을 알 수 있다.

    김해 지명을 풀어보면 ‘쇠바다’로 쇠는 철의 왕국의 특징에서, 바다는 해양왕국의 전통에서 비롯됐다. 수로왕은 철을 다루는 능력으로 왕위에 올랐고, 철의 생산과 수출을 통해 가락국을 고대왕국으로 발전시켰다. 수로왕의 후손 김해 김씨의 김도 이러한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후대에 이름 붙여진 금관가야의 금관 역시 머리에 쓰는 금관(金冠)이 아니라 김해를 통합한 신라가 가락국의 금을 관리하겠다며 붙였던 금관군(金官郡)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그를 뒷받침하듯 김해지역에서는 덩이쇠, 망치, 도끼, 투구 등 철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강은 고대 최상의 교통로였다. 김해는 낙동강을 기준으로 바다로 나갈 수 있어 왜, 백제 등과 무역을 하고 내륙의 여러 가야들과 수월하게 교류할 수 있었다. 당시 철은 현재의 핵무기와 비견될 만한 파급력을 가진 자원이었다. 금관국은 철이 많은 만큼 대단한 힘을 가졌다. 전쟁에서는 칼과 창, 갑옷 등의 무기가 돼 엄청난 위용을 발휘했고, 농사에서는 도끼, 괭이, 낫 등의 농기구로 농업 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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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양동산성 집수지 전경.



    ◆옛 모습 되찾는 가락국= 김해는 가야왕국의 흔적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화해 가야 복원과 가치 재조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29일에는 수로왕릉 일원에서 가야 유적지를 야간에 체험하는 ‘김해 문화재 야행(夜行)’ 행사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김해시는 가야사 2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허왕후 신행길 관광자원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토대로 지속 개발 가능한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신행길 축제를 전국적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 중이다.

    또 그동안 학문적 연구가 부족해 혼재돼 사용된 의복 디자인을 통일시키는 사업도 시행한다. 김해시는 문헌이나 출토된 유물 등을 참조해 당시 왕과 왕비, 무사, 신하, 양민 등이 입었던 복식을 재현하는 연구 용역을 의뢰했는데 내년 상반기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이 기사는 경남도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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