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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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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방송인 김제동이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쓴 헌법
헌법 통해 억울한 일 당하지 않게 토닥여줘
국내외 헌법 전문가와 나눈 이야기도 담겨

  • 기사입력 : 2018-10-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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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방송인 김제동의 두 번째 에세이이자 함께 읽고 다시 써내려간 헌법 독후감이다.

    저자는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기만 한 헌법을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살려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보통 ‘법’이라고 하면 우리를 통제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테두리 지어놓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김제동이 읽은 헌법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우리들의 상속 문서’이자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그렇게 존엄을 일깨워주고, 억울한 일 당하지 말라고 다정하게 토닥여주는 헌법 이야기다. 청소기 하나를 사도 사용설명서가 있듯이, 헌법이라는 체계가 만들어진 이유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고 잘 사용하라는 것이니, 이는 곧 헌법을 ‘억울한 일 당하지 않는 사회를 향한 선언’으로 해석한 것이다.

    저자는 상식과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즉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권마저 무너질 때 어떻게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어떤 방식으로 고쳐나갈 것인가 함께 고민해보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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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헌법 제37조 1항이다. 저자는 신문 칼럼에서 우연히 이 조항을 처음 보고 마치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았다고 말한다. 서른여섯 가지 사랑하는 이유를 쫙 적어놓고 마지막에 “내가 여기 못 적어놨다고 해서, 안 적었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라고 추신을 붙인 거 같았고, 그래서 2016년 중순 처음으로 헌법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한다.

    헌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연예인이 무슨 헌법?” 이렇게 반문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저자 김제동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헌법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왜 헌법을 읽게 됐는지 한번 생각해봤어요. 저는 헌법을 읽으면서 어딘가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좋은 책이나 좋은 영화 보면 친구에게 추천하는 것처럼, 맛있는 빵집 알게 되면 빵 한 개씩 사서 나눠주고 싶은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어요. 책이잖아요, 사실 헌법도.”

    저자가 서문에서 한 말처럼 이 책을 헌법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재미있을 것이다. 재밌는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무게가 있을 것이다. 잘되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훌륭한 책이 될 수 있겠지만, 혹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 자신을 위한 헌법 1조를,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국내외 헌법 전문가들과 나눈 이야기도 담겨 있다.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해 들어보고, 갈등과 대립의 상징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낸 알비 삭스, 그리고 현재 헌법재판관인 에드윈 캐머런과 대화를 통해 어떻게 본능과 이성을 잘 조율해서 ‘문서 (헌법)’로 합의해냈는지, 그리고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공존의 길로 갈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누구나 헌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우리가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헌법이 드라마와 영화처럼, 시와 소설처럼, 우리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제동 지음, 나무의마음 펴냄, 1만6000원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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