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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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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잡고 자다 - 안화수

  • 기사입력 : 2018-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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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색이 절정이던 지난 주말, 잠자리에 들면서 아내의 가슴에 입술을 천천히 가져갔습니다 건포도 같은 젖꼭지는 수줍어 금세 돌아누웠습니다 아직도 혈기 왕성한 나는 아내의 볼을 만지다가 목덜미를 어루만지다가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한참 동안 쓰다듬었습니다 손가락이 지나갈 때마다 갱년기 지나고 있어 건조하다며 몸이 좀 더 좋아지면 재미있게 놀자고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딱딱한 마음을 달래며 아내의 말을 따라 손만 잡고 그냥 잤습니다

    ☞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고 성노예로 끌려갔다 3개월 만에 탈출, 국제사회에 IS의 만행을 고발한 공로 등으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라크 소수민족 출신인 ‘나디아 무라드(25)’는 인터뷰에서 “나의 소망은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이야기하는 모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몸이 좀 더 좋아지면 재미있게 놀자’는 아내의 말을 따라 ‘아직도 혈기 왕성한’ 절정의 가을밤을 아내 손만 잡고 그냥 잔 아름다운 부부가 살고 있는 이 시를 다시 읽는다. 견디기 힘든 본능적 욕구를 사랑의 힘으로 참아내는 과정을 에로영화의 베드신을 보는 듯 리얼하게 그려냈음에도 야하기는커녕 성스럽기까지 하는 것은 사랑의 성립 조건이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받아들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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