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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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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청년들을 위한 직장선택에 대한 조언-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18-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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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 전의 일이다. 성실하고 인성이 좋아 관내 대기업인 H사에 추천서와 면접지도를 통해 합격한 졸업생이 몇 달 후 상담을 위해 찾아왔다.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그 학생의 성격을 아는지라 대기업 지원 시에 중요한 조언을 해 주었었다.

    “대기업이라고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전문대학 졸업생들의 근무 분야는 대부분이 단순 생산직이며, 회사라는 거대한 기계의 작은 부품으로서의 역할만이 주어질 것이기에 어쩌면 너는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그 학생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회의를 느끼고 그런 업무만을 장기적으로 했을 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이 확실치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학생에게 직장 밴다이어그램을 설명해줬다.

    “돈도 많이 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구성원의 유대관계도 좋은 회사, 즉 밴다이어그램의 정중앙 교집합 부분에 해당하는 회사는 매우 소수이며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어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본인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해 후순위로 두고 감수할 것을 정하고 그에 맞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몇 달 후 다시 그 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민을 해 봤는데 회사의 급여와 자녀 3명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라는 복리후생 부분을 포기할 수 없어 자신의 적성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물론 필자는 그 학생의 결정을 존중해줬고, 지금도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가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정 부분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계 전공자들은 대부분 생산직에 배치가 돼 단순 반복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높은 급여에 따른 업무강도가 주어지며 주야 교대근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런 직무에 오랜 기간을 근무하다가 중간에 퇴직하거나 정년퇴직을 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본인의 경력은 제로 상태다.

    왜냐하면 기술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본인의 역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그런 분들을 위한 베이비부머 재취업 과정 같은 것이 많이 개설돼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소기업에 가면 낮은 연봉과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어려운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업무 능력과 함께 연차가 지날수록 본인에게 경력이라는 커다란 스펙이 쌓이게 된다. 여러 이유로 회사를 옮기게 되더라도 그동안 쌓은 경력이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며 10년 정도의 경력이 쌓인 사람의 경우 동일 연령대의 대기업 생산직 종사자의 연봉을 넘어서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충분한 경력이 쌓인 후에 스스로 독립하여 CEO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쳐 온 분들이다.

    따라서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두고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주고 싶다.

    본인이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어서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라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선택해 한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추천하며, 본인의 적성보다는 안정된 생활에 비중을 두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 대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대기업의 장단점과 중소기업의 장단점을 반반씩 가지고 있는 중견기업도 있으니 그나마 선택의 폭이 조금은 넓어지는 셈이다.

    최국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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