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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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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아토피피부염으로 인연을 만나다

  • 기사입력 : 2018-09-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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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식 (창원동양한의원 원장)


    우리집 꼬맹이가 아토피피부염의 고통으로 벗어난 지 13년이 되었다. 재발은 없다.

    어려서부터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러한 세상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삶을, 인간을, 한의약을 알고자 하여 하루하루 인간의 몸과 마음의 근원적 이치에 대해서 연구하던 중에 아이가 태어났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아이는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발그스럼해졌으며 피부에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뇌와 관련한 질환’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기에, 조금 더 나은 치료법이 있으리라는 기대로 기존 치료에 도움을 청했다. 그리하여 아이에게 기존 치료법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증상은 도저히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적으로 얼굴 부위가 헐면서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너무도 안쓰러웠다. 눈물로 지새우는 주변 식구들의 모습에 너무 안타까웠다. 기존 치료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음에 너무 답답하였다. 아이의 출생 100일이 지났다. 100일 사진을 찍지 않았다. 붉게 달아오른 이마와 여기저기 할켜진 흔적, 천공이 누렇게 되어 버린 뺨, 진물이 흐르다 굳어진 볼. 귀여움보다는 안타까움의 아토피 얼굴을 아이의 추억 속에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와 관련한 질환’의 연구를 중지하고 ‘아토피피부염’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전부터 인간의 생리와 병리의 원론적 기전을 연구해 두었기에 그에 근거를 두고 빠르게 아토피피부염의 기전과 원인, 증상, 치료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여 아토시소탕을 처방하였다. 다행히 아이는 어렸지만 잘 복용해 주었다. 아토시소탕의 복용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차츰차츰 좋아지는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에 시름이 조금씩 덜해져가고, 아토피피부염 이전의 피부 상태로 좋아져 갔다. 그렇게 아이는 아토시소탕으로 치료되었다.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전국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분들을 치료해 드렸다. 한 분 한 분 나아가는 모습에 기쁨을 느끼며 좋은 인연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 아이가 너무 어려 표현을 하지 못하니, 아토피피부염 치료도 중요하지만 긁어서 상처가 생기면 2차 감염의 위험성이 있으니 반드시 기존 연고 등을 통해서 상처부위는 2차 감염을 관리하셔야 합니다”라고 부탁드렸던 어머니로부터 “원장님, 기존 치료하는 곳에서 왜 아토피피부염을 한의원에서 치료하느냐고 핀잔을 받았습니다”라는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다른 질환보다 훨씬 가변적이고 혼란스럽고 어려우며 진료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아토피피부염이지만, 환자분과 가족분들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알기에 도와 드렸던 그 마음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아토피피부염과의 인연을 조금씩 줄여갔다.

    ‘세월이 약인 양’ 어느 날부터 다시금 생겨나는 안타까움에 간간이 이어오던 아토피피부염과의 인연을 조금 더 많은 인연들과 연을 맺어가고 있으면서 같이 아파하고 희망을 가져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토피피부염’과의 아픈 인연과 좋은 인연, 나쁜 인연 속에서 세상살이를 조금씩 깨닫는다.

    조정식 (창원동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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