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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창원 근현대사 기념사업에 대한 고언(苦言)-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9-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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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된 현재 창원시의 근현대사 주요 사건을 이야기할 때 마산항 개항, 기미년 독립만세운동, 부마민주항쟁을 빼놓을 수 없다.

    마산포 개항은 1899년 5월 1일 일본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의 압력으로 이뤄졌지만 외국과의 무역이 확대되고 신문물이 본격 유입되면서 근대화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마산 삼진의거, 진해 웅동4·3독립만세 운동 등 창원 곳곳에서 일어나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로 박정희 독재정권과 유신체제 붕괴를 촉진시킨 결정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내년은 마산항 개항 120주년, 기미년 독립만세운동 100주년, 부마항쟁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에 창원시에서는 3대 사건을 재조명해 시민 자긍심을 고취하고 정체성을 정립하겠다는 취지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근현대사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창원시가 계획 중인 기념사업은 계속사업 11개, 신규사업 18개 등 29개로 총예산은 646억여 원에 달한다.

    예산 규모가 큰 만큼 독립유공·민주항쟁 관련 단체나 유공자들은 기념사업이 알차게 진행되리라 기대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추진위원회 구성과 세부사업안이 급조된 듯하기 때문이다.

    교수, 시의원, 문화예술인,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각계 인사 52명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 위원들은 위촉식 개최 이틀 전에야 위촉 승낙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시간을 두고 기념사업 추진방향, 종합계획 수립, 행사계획의 종합·조정, 행사의 기획·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추진위원들이 급작스럽게 구성됐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몇몇 추진위원들은 근현대사 기념사업과 관련이 적어 보인다. 또 창원시 관련 부서에서 제시한 세부사업안은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사업안은 추진방향에 부합되지 않는 듯하고 참신하지도 않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특정 사업, 특정 지역에 예산 등이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역균형 차원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추진위원회 각 분과별로 논의를 거쳐 세부사업안을 확정하겠지만 그전에 시간을 들여 내실 있는 사업안을 발굴하고 지역 안배를 했어야 했다.

    기존에 해왔던 계속사업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효과가 의문시되는 몇몇 사업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지속 또는 보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9월 14일까지 세부 실행계획을 확정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해 시간에 쫓겨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세부사업안을 만든 것 같다. 조금 더 일찍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랬다면 추진위원회 분과별로 몇 차례 회의를 가진 뒤 창원시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 제대로 된 세부사업안을 도출해내지 않았을까.

    창원 근현대사 기념사업은 단순히 몇십 주년이 되었다고 해서 하는 이벤트가 되어선 안 된다. 많은 예산을 들여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창원 발전과 지역공동체 의식 함양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바란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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