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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을, 샛강 소묘(素描)- 차재문(함안 연강산업(주) 대표)

  • 기사입력 : 2018-09-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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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땀 흘린 농부에게 마음을 적시려고 가을 논의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몇 년 전, 함안 성산산성 발굴 과정 중 연못에서 700여 년 동안 잠들고 있던 연 씨가 제 몸을 깨뜨려 발아한 연꽃을, 함안박물관 앞 논 저수지에서 보았을 때 그 충격과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연꽃은 분홍색과 연자주색의 모양을 모두 가진, 어릴 적 마을 앞 샛강에서 보았던 바로 그 연꽃으로 둥글고 넓은 잎에는 꽃자루의 가시돌기가 선명했다.

    나는 마을 앞엔 샛강이 흐르고 대평원처럼 넓은 들판이 있는 함안 법수 시골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샛강에서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면서 놀고 수생·동식물들이 끊임없이 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가지는 고유성의 힘은 생명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샛강에 가을이 오면 제법 거센 바람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몸의 절반을 물 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갈대를 흔들었다. 샛강 작은 둔덕 너머 논 가장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둠벙에서는 수생곤충들이 생의 마지막 산란의 축제를 치르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이별을 준비하는 산란의 축제만큼 슬프면서 황홀하고 신비로운 축제가 또 있을까.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꽃 축제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 둔치에 유채꽃을, 멀쩡한 논밭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꽃을 심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동종의 저 수만수천 송이의 꽃들이 유전학적 다양성과 종의 본질인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자.

    사람들이 눈요기로서 꽃 축제를 즐기고 바라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미래의 포식자로 만들 것이다. 이 꽃 축제를 보고 자란 오늘의 어린아이들이 미래의 세계를 다른 시선에서 보는 법을 익힐 수 있을까.

    샛강이 살아야 강의 본류가 건강해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이제 내 작은 소망인 꿈을 말해야겠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들을 모시고 ‘샛강’ 해설가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차재문 (함안 연강산업(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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