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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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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허가민의(虛假民意) - 백성들의 의견을 거짓으로 만들어 내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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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秦始皇)이 20년 동안 전쟁을 벌여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만들어 황제로 10년 재위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고 3년 뒤 기원전 207년에 진나라는 멸망했다.

    밖에서 반란군들이 진나라 서울을 에워싸 공격해 들어오고 함성이 들려오는데도 간신 조고(趙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황제에게 허위보고를 계속했다. 황제가 신하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황제의 명령을 전달하여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신하들이 올리는 보고도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중간에서 차단해 버렸다. 그러다가 진나라는 바로 망하였다.

    중국 역대 왕조가 대부분 환관들 때문에 망했는데, 황제와 신하들, 황제와 백성들 사이의 소통하는 통로를 막고 환관들이 왕의 명령을 위조하거나, 여론을 조작해서 황제를 오도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도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 이후 계속 학생들의 물러나라는 시위가 있었지만, 4월 25일 교수들의 ‘하야권고문’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진상을 모르고 있다가, 그제서야 “정말 백성들이 원한다면 물러나겠다”라고 생각하고, 26일 하야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시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되었지만, 아첨하는 측근들이 정확하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재임하던 어느 해 가을비가 많이 와 벼 수확을 못할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다. 연말에 청와대에서 시장군수 연석회의를 개최했는데, 김 대통령이 먼저 “올해 벼농사 피해가 많지요?”라고 질문을 했다. 전라도 어떤 군수가 “가을비가 와서 피해가 좀 있었지만, 그래도 예년보다는 수확이 높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상과 다른 거짓말이었다.

    재작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판결을 받은 직후에, “탄핵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한다. 자신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결정에 대해서도 정작 당사자가 모르고 있었다 하니, 비서나 보좌관들 중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절대 권력자 앞에서 비서나 공무원들이 바른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음 단계의 승진이나 영전을 바라는 사람들은 인사권자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조선산업이 완전히 죽어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거제의 경제는 말이 아니고, 울산 창원 등지의 공단도 상황이 매우 안 좋은 모양이다. ‘최저임금인상’,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책이 결과가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청와대 참모들은 그대로 밀고 나가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언을 들으려고 해야 참모들이 직언을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통계자료로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람이 전격적으로 통계청장에 발탁되었다. 대통령 자신이 듣기 좋은 말을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지?

    *虛 : 거짓 허.* 假 : 거짓 가.

    *民 : 백성 민. *意 : 뜻 의.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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