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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공론화위원회’ - 허승도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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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시도한 공론화 방식에 대해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등 지금까지 두 개의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은 혼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 동안 490명의 시민참여단이 수시·정시비율, 수능절대평가 전환 등의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시 확대 및 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확대 검토’를 골격으로 하는 공론화 결과를 발표했을 뿐이다. 대입 개편 결정권을 다시 교육부로 넘긴 셈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 방침을 백지화하고 대입개편을 1년 미루면서 국가교육회의→대입개편특위→대입개편공론화위→시민참여단으로 하청과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논의 방식을 거치는 과정에서 20억원의 예산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부에서도 난제로 꼽힌 대학 입시제도를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가 많다. ‘고차방정식’처럼 복잡한 대학입시 문제를 시민참여단에 맡긴 것은 교육부의 결정장애와 책임회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지속 여부를 결정한 공론화위원회 역시 시민참여단을 통해 국책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한 발상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 여름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문제가 되면서 탈원전에 대한 갈등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478명의 시민참여단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지만 이와 별도로 탈원전 정책을 권고한 데서 비롯됐다. 이같이 모순된 정책 방향을 내놓은 배경은 정부의 의중을 감안한 데 있다고 본다. 상반되는 권고안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탈원전 정책 찬반 양측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더 큰 갈등의 불씨를 남기고 말았다. 5000여명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한국원자력학회는 최근 “탈원전 정책은 심각한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해 국가 산업경쟁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탈원전의 폐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서 그 갈등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공론화 방식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경남에서는 지난 6·13지방선거 후 사회적 갈등이 있는 지역 현안을 풀기 위해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7일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마산해양신도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민간특례공원개발사업, 옛 39사단 부지 스타필드 입점 등 지역현안을 공론화 의제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500명으로 시민참여단 풀단을 선발하고 공론화 의제별로 50~100명의 시민참여단을 추려서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한다. 김해시도 장유소각장 현대화사업의 해법을 찾기 위해 시민원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김해시는 15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여 원전 공론화위원회와 같이 오리엔테이션→조별 토론→전문가 토론→조별 숙의토론을 거친 다음, 별도의 여론조사도 실시하여 최종 해법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장유지역에서는 시민참여단을 김해시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문제 삼아 원탁토론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론화를 통한 숙의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미 경험한 두 위원회의 결정을 보면 무분별한 공론화는 갈등은 조정하지도 못하고 시간과 돈만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울렸다. 공론화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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