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8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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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2018 문자문명전

붓 휘두르자 역사 다시 꽃핀다

  • 기사입력 : 2018-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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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말은 그 음성에 뜻을 품고 있다. 음성의 높낮이와 강하고 약함이 정도에 따라 그 뜻의 전달에 차이가 있다. 이에 문자는 말을 모양으로 구성해 그 뜻을 기록으로 후대에 전한다.’

    1988년 창원 다호리 유적(국가사적 제327호)에서 출토된 다섯 자루의 붓이 한반도 문자문명에 끼친 영향은 가히 위대하다.

    ‘다호리 붓’은 한반도 문자문명의 역사를 기원전 수세기로 상향조정시켰음은 물론이거니와 다호리가 한반도 문자문명의 시원임을 인식시켰다. 무엇보다 기원전 한반도 남쪽 낙동강변 다호리에 이미 ‘문자’가 존재했다는 놀라운 사실은 고고학적 발굴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이유로 문자가 인류 문명에 미치는 미학적 역할과 향후 문자의 미학적 가치를 묻는 ‘문자문명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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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성 作 ‘위국투쟁’

    ▲‘2018 문자문명전’

    한반도의 문자문명을 고찰하는 ‘2018 문자문명전’이 오는 8일부터 18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전관에서 열린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문자문명전은 ‘즉사즉서(卽事卽書):문자는 역사다’를 주제로 서(書)의 필획(글자를 구성하는 점과 획)을 통한 역사적 기록과 사실에 대한 문학적 표현에 대한 해석적 미학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에 나아가 그 사실을 쓰는 행위’를 의미하는 ‘즉사즉서’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관적이고 즉각적인 서술을 말한다. 다시 말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관적이고 즉각적인 서술로 어떤 사실을 눈앞에 두고 판단하고 기록하며 해석·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문자는 개별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으며, 현실적이고 역사적 사실과 정황에 대한 기록과 표현을 다하고 있다. 이제 서예는 기록의 명확함과 표현의 적절함을 현실적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상상적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8 문자문명전 ‘즉사즉서’는 문자로 표현된 역사적 사실을 감상하거나 그 사실을 서예적 표현대상으로 이 시대의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을 살피는 자리로 구성했다. 역사적 사실이나 그 정황을 문학으로 표현한 내용을 서예적으로 시대정신을 표현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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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덕 作 ‘마산 2018년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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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도 作 ‘마산사건’.

    ▲5개의 테마, 국내외 635명 작가들이 690여점 선보여

    올해 문자문명전에서는 독사유감(讀史有感), 방필종횡(放筆縱橫), 의재필선(意在筆先), 일물일서(一物一書), 독시서의(讀詩書意) 등 총 5개 소주제를 중심으로 국내외 635명의 작가들이 69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제1전시실은 ‘독사유감(讀史有感·역사를 읽고 느낀 바를 쓰다)’. 역사란 현재에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석적 표현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해석은 인식의 결과이거나 원인으로 역사적 사건 기록에 대한 서예적 해석미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작가 20여명이 참여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의 현재적 인식이 어떻게 표현으로 발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2전시실은 ‘방필종횡(放筆縱橫·종횡무진으로 붓을 휘두르다)’. 중국 현대 서법가의 종횡무진한 필획의 전개를 만나는 공간으로 중국작가 18명이 참여했다. 서예의 즉흥성과 일회성의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나는 작품들로 구성해 현대 중국 서예의 한 단면을 파악할 수 있다.

    제3전시실은 ‘의재필선(意在筆先·뜻이 먼저 이루어지고 뒤에 붓으로 쓰다)’. 시와 문장에 대한 서예가의 개성적인 이해와 감상이 필획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표현으로 연결되는 경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로 경남과 경북지역 작가 16명이 참여했다. 여기서는 필획이 움직이기 전 마음에 이미 먼저 시와 문장의 내용에 대한 표현의 구조가 형성되고 그 뒤에 필획이 움직여 작품이 완성되는 구조로 우연적인 표현보다는 계획돤 표현구조라는 표현이 옳다.

    제4전시실은 ‘일물일서(一物一書·한 사물에 하나의 문자 쓰기)’. 문자의 형태에 함축된 의미의 복합적 구조에 대한 해석을 표현한 자리로 도내 초대작가급 40여명이 참여했다. 한자라는 문자 조형방법은 하나의 사물이거나 사실에 대해 하나의 문자가 만들어졌다. 사물과 사건에 대한 사유(생각)의 형태인 문자는 평범한 상상의 세계를 내포하고 있다.

    제5전시실은 ‘독시서의(讀詩書意·시를 읽고 그 의미를 쓰다)’. 시를 읽고 그 시에 대한 감상의 결과를 필획언어로 표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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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도 作 ‘민중의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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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오위 作 ‘산붕지열삼천진’.

    ▲주제별 주요 작가(1~3전시실)


    ‘卽事卽書;문자는 역사다’는 공자의 춘추필법(春秋筆法)의 미학적 성찰과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문의와 서의(문장의 뜻과 글씨로서의 뜻)의 일치를 요구한다. 춘추필법은 사실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을 주문하는 것으로 그 형이상학적 미학이 문자에 담겨 있다.

    ‘독사유감(讀史有感)’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표현하는 것으로 김성덕 작가는 정호승 시인의 ‘부치지 않은 편지’, 표승배 시인의 ‘마산 2018년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 지점에서’라는 시를 통해 필획언어로서 역사의 뒤안에 어른거리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포착하려 했다. 임성균 작가는 ‘오재영 시’와 ‘노무현 대통령 어구’를 대상으로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 중 북한 핵에 관련된 부분을 현 문재인 정부의 북핵문제 해결의 경우와 연계한 시의성을 보인 작품이다.

    ‘방필종횡(放筆縱橫)’은 말 그대로 붓을 들어 종횡무진 표현을 전개하는 것으로 후캉메어의 작품 ‘무(舞)’는 문자의 자형을 기초로 하였으나 문자의 형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의 의미가 지닌 본질적 의미에 대한 현재적 해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차오위의 작품 ‘산붕지열삼천진’은 중국 스촨 지역 문천에서 일어난 지진의 참상을 표현한 것으로 조형의 과장된 표현, 필획의 도발적 표현으로 시각적 충격을 두드러지게 하면서 긴장감을 더해 당시의 상황을 구성적으로 전하고 있다.

    ‘의재필선(意在筆先)’은 시문의 내용에 대한 이해와 감상, 그리고 미적 판단에서 이뤄지는 즉각적인 표현력을 보이는 것으로 김동성 작가의 작품 ‘독립선언문 부분’은 독립선언서를 그대로 기록해 민족적 분노와 당시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상황을 시대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나타나고, ‘위국투쟁’에서는 대한독립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휘호를 연상하는 서사 배치를 통해 안 의사의 의기를 되새기는 표현을 취하고 있다. 이병도 작가의 작품 ‘마산사건’은 사건을 기사화한 홍두표의 부산일보 내용을 서사하고 있다. 꽃다운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애통함을 필획에 전하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민중의 넋’에서는 장엄한 죽음의 무게를 지탱하려는 산 자의 등짐을 보는 필획의 구성이 돋보인다.

    김종원 한국문자문명연구회 회장은 “문자의 발명은 인류가 암흑의 시대에서 벗어나 인간이 신의 영역에 간섭하는 지적활동을 시작한 것이다”며 “서예는 문자의 이러한 세계관에 대한 현재적 해석을 표현으로 연결하는 예술이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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