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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창원시의회의 ‘파란 손’ 찾기-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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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해봐도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었나 싶다. 초등학교 시절, 초롱초롱한 눈. 땟국물 묻은 꼬질한 교복, 까까머리이거나 혹은 싹뚝 올린 단발머리. 그래서 모두가 비슷해 보였고, 누구나 동무가 될 수 있었다. 웬만한 성격이라면, 적어도 이런 사건이 터지지 전까지는 친구를 의심하거나 미워할 일이 전혀 없다. 기자는 ‘파란 손’이라 이름지었다. ‘파란 손’이란 교실에서 누군가가 소지품을 잃어버렸을 때, 선생님이 시용했던 수사(?) 기법이다. 처음부터 ‘파란 손’ 수사를 하지는 않는다. 모두 눈을 감게 하고 범인이 스스로 손을 들게 하는 게 1단계다. ‘파란 손’은 1단계에서 몇 차례 어르고 달래도 손을 드는 아이가 없을 때 들이댄다. 청소용 물통에 물을 채워, 교탁에 올린다. 한 사람씩 손을 집어 넣어라고 하는데, 이때 진범의 손이 파랗게 변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교실은 일순 공포 분위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이 창원시의회 의장단 구성에서 낭패를 당했다. 절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도 7석 중 부의장 1석에 그친 것. 민주당으로서는 자유한국당과 동석(21석)이고 정의당(2석)과 협의를 이룬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씁쓸한 결과다. 선거 직후 정의당이 민주당과 협의를 깬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패인은 내부 이탈표로 굳어졌다. 이에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탈자, 즉 해당(害黨) 행위자를 찾아내겠다고 나섰다. 다른 지역에서 이전에도 같은 일이 발생해 해당 의원을 밝혀내고 당헌·당규에 따라 제명이나 당원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며, 반드시 색출해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 도당의 분노와 결정은 마땅해 보인다. 기껏 공천해 의원 배지를 달게 해줬는데, 배은망덕도 이럴 수가 없다. 의정 경험이 전혀 없는 초선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해도, 쥐여준 칼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패배한 형국이다. 이 같은 전투력이면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큰일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시작부터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창원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이미 끝난 일인데 굳이 찾아내야 하느냐’는 반응, ‘묻어두면 상호불신을 키울 수 있으니 밝혀보자’는 의견, ‘처음부터 너무 군기 잡는 거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타 당에서는 ‘민주당 집안 일로 시의회 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남도당이 어떻게 해당 의원을 찾아낼지는 모르겠지만, 내부 갈등과 의원 상호간의 불편함은 불가피해 보인다. 진범을 찾아내 일벌백계함으로써 당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시의원들은 당원이기 이전에 지역민들의 삶을 책임져야 할 선량들이다. 이번 일로 의원들이 지역민이 아니라, 당을 더 무서워하게 되지 않을까 적정이다. 정당의 목표나 운영방식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당의 이념이나 방침만을 좇아 민심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안일은 말 그대로 집안에서 조용히 끝낼 일이다. 소리가 담을 넘어 시의회 운영에 걸림돌이 되거나, 또 같은 당 단체장의 시정(市政)에 부담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지역민들은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을 우선해 일하는 시의원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과 민주당 시의원들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참, 손이 파랗게 변한 동무는 없었다. 괜한 공포와 불신만 남았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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