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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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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헉헉’ 농민 ‘쩔쩔’ 폭염과 전쟁

[르포] 김해 한림 축산농가를 가다
쿨링패드·대형선풍기 풀가동해도 축사 온도 낮추기 역부족

  • 기사입력 : 2018-07-1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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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이 정도 더위를 느낀다면 가축들은 더합니다. 선풍기를 틀어주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어요.”

    고성과 통영을 제외한 경남지역 전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16일 오전. 김해시 한림면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찜통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축사 현대화가 이뤄진 농장이었지만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는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3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새끼 돼지가 있는 분만실은 25도, 어미 돼지가 있는 임신실은 22도가 유지돼야 하지만 아침부터 내리쬔 폭염 탓에 5~8도 높았다. 분만실과 임신실에는 33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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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경보가 발효된 16일 오전 김해시 한림면 한 돼지 축사에 대형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전강용 기자/


    돼지 우리에는 온도를 낮추기 위한 대형 선풍기가 곳곳에 놓여져 있고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대형 팬이 설치돼 있었지만 축사 온도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위에 지친 돼지들은 가만히 누워 있지 못하고 물통이 있는 쪽으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한 작업자의 손수레에는 돼지 분뇨와 함께 어미 돼지에 의해 압사한 새끼 돼지 두 마리가 실려 있었다. 농장주는 “폭염으로 돼지우리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어미 돼지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새끼 돼지를 누르게 되고 압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 예보가 있지만 선풍기와 환풍기를 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하수를 이용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한 쿨링패드가 설치돼 있었지만 36도까지 치솟는 폭염을 이겨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닭을 사육하는 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8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김해시 한림면의 한 산란계 농장은 지난주부터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폭염으로 기온이 급격히 오른 상태에서 환풍설비 등이 멈춰설까봐 노심초사하며 매시간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이 산란계 농장에도 대형 쿨링패드가 설치돼 있었지만 적정 실내온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농장 대표는 “닭이 산란하기 위한 최적의 실내 온도는 23~24도지만 외부 기온이 높아 30도 가까이 오르고 있어 계란 출하량이 감소할까 걱정”이라며 “지난해 살충제 파동 이후 계란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몰려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오전 11시께 농장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는 29도, 실외는 36도를 가리켰다.

    장마전선이 물러간 후 본격 더위가 시작된 경남에서는 16일 현재 15개 농가에서 가축 1만9334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축종별로는 돼지 5농가 34마리, 닭 10농가 1만9300마리로 현재까지 집계된 재산 피해는 7000여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는 333농가에서 42만6065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해 19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분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는 “축사의 경우 환기 팬이 고장 나지 않도록 점검하고 선풍기를 이용해 데워진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높은 기온에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농장 주변을 자주 소독하고 양질의 사료와 비타민 제제 등을 공급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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