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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한국 관용과 타협의 정치 실천하라- 이종상(전 경남대 부총장)

  • 기사입력 : 2018-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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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을 베푼 세계적 지도자는 링컨과 만델라 대통령이고 한국은 세종대왕을 들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50년 동안 백인이 흑인을 차별·대학살·가난·기득권·양극화 등 잔인한 만행을 저지르고 통치한 나라였다. 이에 분노한 만델라는 게릴라 항전에 나섰다. 그는 국가전복죄로 1962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0년에 석방됐다. 그는 감옥에서 나오자 백인 응징의 흑인 청년들 앞에서 “당신들의 무기를 바다에 버리라”고 관용을 외쳤다. 8만명의 군중 앞에서 한 유명한 케이프타운의 연설은 관용과 화해의 기폭제가 댔다. 1994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백인은 여전히 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인구 10%의 백인이 80%의 부와 국가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민중에게 정확하게 인식시키고 화해 코스에 동참하게 했다. 만델라의 관용과 타협의 정치로 남아공화국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희망의 민주국가로 변신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에서 탁월한 관용과 화해의 정치를 이끌었다. 1865년 4월 9일 남부군 총사령관 리 장군이 항복문서에 서명함으로써 4년간 66만명을 전사케 한 남북전쟁은 막을 내렸다. 승자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응징과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의 씨앗이 된다. 남부군 총사령관은 전쟁의 책임으로 총살을 면치 못할 것인데 그는 체포되지도 처벌되지도 않고 워싱턴 대학총장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생을 마감했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비전과 용기이다. 링컨은 인사정책도 탁월했다. 그의 대통령선거의 경쟁자인 슈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슈어드는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소련으로부터 구입한 주인공이다. 남북전쟁의 승리, 노예해방, 알래스카의 구입, 연방정부의 수립 등으로 미국 대통령 44명 가운데 제1의 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정치지도자는 세종대왕이다. 그의 치세의 목표는 위민과 민본정치였다. 세종대왕은 출신 등을 가리지 않고 분야별로 최고의 능력자를 발탁했다. 장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3남인 충령의 세자 책봉을 반대한 황희를 재상 24년에 영의정 18년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의 관용으로 황희 정승이 조선사에서 제일의 청백리가 됐고 세종은 황희의 보필로 동방의 성군이 됐다.

    지금 우리는 관용과 타협의 정치가 아쉽다. 전직 대통령이 2명이나 구속되고 대기업 사장이 수사선상에서 곤욕을 치르고, 적폐청산이라고 해서 중앙 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로 적폐청산 바람이 불고 있다. 만델라와 링컨 대통령과 세종대왕의 관용을 말하는 것은 치세의 근본은 관용과 타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통제경제시대에 살고 있지 않고 시장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시장은 공정한 경쟁으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국가가 배 놓아라 감 놓아라 간섭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기를 살려야지 죽여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도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고 했다. 과연 이 말이 통할는지 두고 볼 일이다. 우선은 기업에 족쇄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법인세도 인하해야 한다. 미국은 인하로 해외 나간 기업이 들어온다고 한다. 더러워 해외 나간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해야 한다. 기업이나 공무원이 신바람나게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부나 정치의 근본적인 책무이다. 관용의 바탕 위에 타협의 정치로 어려운 난국을 푸는 기본으로 삼아라.

    이종상 (전 경남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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