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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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세계 곳곳 여름 바다

푸른 바다 저 멀리 추억이, 만남이…

  • 기사입력 : 2018-07-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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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다. 각 계절이 가지고 있는 색감이 다르기 마련인데 보통은 파릇이 자라고 진해져 푸름이 되어버린 계절, 역시 푸른 바닷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수많은 여름 바닷가를 가봤다. 가장 작은 나라 ‘몰타’의 바다 한가운데서 작은 배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코타키나발루의 여름밤 석양은 내게 여름바다의 색감을 재정립시켜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닷가와 사이판, 하와이 와이키키해변, 호주의 골드코스트는 내게는 휴양이 아니었지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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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의 바다. 서퍼가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당장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이 글을 쓸 때 생각난 여름 바다는 그 수많은 아름다운 외국의 바닷가가 아니라 ‘해운대 해수욕장’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순간적 결정이겠지만 내가 몇 번 경험해본 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은 인상적이었다. ‘사냥터’ 혹은 정글이 연상되는 사나운 풍경, 여름이면 연상되는 푸른 바다보다 사람의 검은 머리가 더 많은 곳, 그리고 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가장 빨리 듣게 된 소리는 그 어떤 여름 소리보다 먼저 ‘저기요’라는 단어였던 기억. ‘저기요’라는 말은 기계적이었지만 그 다음에 따라오는 문장들은 더욱 다양하지도 않고 예상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 ‘저쪽에 잘생긴 친구들 있는데 같이?’ ‘몇 명이 오셨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나중에 저희랑 술을…’ 여름, 그리고 휴가철은 사실 여행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또한 만남의 계절이기도 하다. 해운대의 여름 풍경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일 테지만 또한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사실 혼자 여행했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앞 산책로를 3일간 다른 3명의 여자와 같이 데이트했던 경험도 있지만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봤던 그런 기계적인 작업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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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한 바닷가에서 카메라를 든 여인.


    한국에서는 별로 붙임성 없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어째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함 없이,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이 내 앞을 지나간다고 해서 ‘저기요’라 말하지 못하는데 어째서 외국에서는 혹은 나의 여행지에서 나는 그렇게나 많은 로맨틱한 스토리를 가지고 왔을까.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꼭 필요한 행동가짐 그 원칙 하나를 이야기하는 간단한 지침서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하나씩 채워 나가는 추억만큼이나 그곳에 도착하면서부터 또 하나씩 비워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내 스스로를 좀 비워야 한다. 매일 보던 풍경과 달라지면서, 밟던 땅이 달라지면서 기분부터 변하는 것이 여행이다. 기분이 변하면 태도도 변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어선 나쁜 것이지만 여행은 다르다. 속세에서의 나를 좀 내려놓자는 것이다. 이렇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떠나게 되면 ‘내려놓기’는 어렵지 않게 행동으로 나타난다. 관계와 스스로 내려놓음이 무슨 연관이냐 싶지만 나와 관계하게 되는 상대도 그럼이 분명하다. 내 눈앞에 그녀는, 그는 혹은 그들은 현실세계에서의 상태와는 달라진 상태로 여행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관계의 시작도, 그 관계의 농밀함이 진행되는 과정도 달라질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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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에서 만난 연인들.


    외적인 모습을 보고 편견을 가지지 말기, 아주 중요한 스스로 내려놓기의 과정 중에 하나다. 왜냐면 특히 한국에서의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아주 쉽게 관계를 시작하는 기술이라는 포장 하에 매번 그 편견을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원래 하던 식으로 편견으로 판단하면 대체로 틀릴 경우가 많았던 이유가 우린 ‘달라진 내’가 ‘달라진 당신’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먼저 판단하지 말라. 그러고 나면 오히려 진솔해진다. 굳이 나에 대해 한국에서도 대단히 설명하거나 왜곡하여 말하지는 않았었지만 이전의 나를 배제하고 상대를 편견에 맞춰 미리 평가하지 않은, 그곳에 오롯이 자리한 나의 감정과 이야기만큼은 어떤 때보다 진솔했다. 나 스스로를 환경에 맞춰 거짓말하거나 허세 부리거나 하지 않아도 여행지의 풍경과 빛과 나, 그리고 상대만으로 소통했고 관계를 맺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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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 코미노 섬의 바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여행 중에는 무의미했다. 지금 하시는 일은 ‘여행’이다. ‘지금 하시는 일’에 벗어나 그것이 휴식이든 도피든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어떤 의미로 무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냥 여행을 하며 만나면 그 여행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지금도 여행 중에 만났고 깊은 관계를 가졌던 사람이 이전에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의문이 많은 것보다도 더 즐거운 시간과 관계를 가졌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 나는 솔직했고, 계산 없이 어느 때보다도 진솔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난 여행지를 갈 때마다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를 했지만 낯선 곳에서 서로 만난 그 어색한 사이를 풀기 위해 해운대의 ‘저기요’ 종합세트와 같은 뻔한 질문들로 애쓰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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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에서 바라본 바다.


    다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돌아오자. 급하게 짝이 되었는지 엇비슷한 나이에 어색한 존댓말, 여기저기 방언이 불편하게 섞인 대화 속에 질문들이 너무 많다. 몇 명이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뭐하시는 분인지, 나이는 몇인지, 숙소는 어딘지, 부산은 왜 왔는지. 심지어 혈액형이 무엇인지까지. 불편한 술 냄새가 나는 대화 사이에 욕망들이 부딪히는 시간들. 여행과 만남은 선후관계가 어떻든, 귀와 속 관계가 무엇이 먼저든, 함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로 거주하는 곳에서 발을 옮겼을 때 밟게 되는 새로운 땅은 혹은 발을 떼는 그 모든 순간이 여행이다. 수많은 여행들을 해왔고 앞으로도 하게 된다. 이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만남을 기대하고 행하고 또 회상한다. 원초적인 만남이라도 좋다. 혹은 감정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만남도 좋다. 만남은 그렇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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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우리에겐 여름이 왔고 또다시 어디론가 떠날 거다. 그곳이 해운대 해수욕장일 수도 있다. 누구나 즐거운 여행과 아름다운 만남을 꿈꾸겠지. 의외로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이 되는 기본 원칙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허나 적어도 계속될지도,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 여행 속의 만남들에서 과일 색의 밤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꼭 영화 같은 여행지에서의 만남으로 잊을 수 없는 2018년 여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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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리버맨)

    △1983년 마산 출생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창원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중

    △카페 '버스텀 이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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