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369)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39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 기사입력 : 2018-06-29 07:00:00
  •   
  • 메인이미지


    최지은과 헤어진 것은 9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김진호는 식당에서 나오자 우두커니 거리에 서 있었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의 퇴근길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6시를 전후하여 많은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 8시를 조금 넘으면 1차로 저녁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2차를 가거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거리로 몰려나오는 것이다.

    서울의 모습이 어쩐지 생소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보니까 서울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김진호는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원심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예요?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원심매가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여기는 광화문이에요.”

    “그럼 거기로 갈까요?”

    “그래요. 여기서 만납시다.”

    김진호는 원심매를 광화문 종각으로 오게 했다. 서울은 이미 초여름이 가까워져 있었다. 나뭇잎들은 파랗고 여자들의 옷차림이 시원했다.

    원심매는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김진호는 원심매와 함께 인사동쪽을 향해 걸었다. 인사동 쪽에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전이며 전통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모듬전과 얇게 썬 보쌈을 주문했다. 식사는 이미 마쳤기 때문에 천천히 음식을 즐길 생각이었다.

    “하얼빈에 한번 온다면서요? 하얼빈에 오면 구석구석 구경시켜 줄게요.”

    원심매가 눈웃음을 쳤다.

    “요즘 너무 바빴어요.”

    원심매와 사랑을 나눈 것이 몇 달 되었을까. 그녀의 부드러운 나신이 그리웠다. 그녀를 꼭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싶었다.

    “그럼 내가 북경으로 갈까요?”

    “내가 하얼빈으로 가죠. 하얼빈에 송화강이 있죠?”

    하얼빈은 흑수말갈이 활동을 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은 흑룡강성의 중심도시로 중국 동북부 지방을 대표한다. 문득 케이랜드 사업을 하얼빈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김진호는 그녀에게 부드러운 전통주를 따라주었다.

    “무슨 술이에요?”

    원심매가 적색의 술을 살피면서 물었다.

    “딸기로 만든 술이요. 달콤해요.”

    원심매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달아요.”

    김진호도 천천히 술을 마셨다. 복분자 술은 시원하게 만들어 마시면 청량음료 같은 느낌이다.

    “진호씨를 만나서 좋아요.”

    취기가 오르자 원심매가 몽롱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눈길이 저절로 그녀의 가슴으로 갔다. 원심매는 풍만한 가슴을 갖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