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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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몸·마음 단련하는 국궁

겨누고 당기고 놓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 명중 !
전통 활로 과녁을 조준해 맞히는 전통 무술

  • 기사입력 : 2018-05-3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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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국궁장 강무정에서 동호인들이 시위를 당기고 있다.


    “저기 한번 보세요. 짙푸른 녹음(綠陰) 사이에 있는 과녁을 집중해서 바라보면 세상만사 다 잊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창원 국궁장 강무정(講武亭)에서 사두(射頭) 윤영찬(70)씨가 과녁을 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두는 사정(射亭)을 관리하고 대표하는 우두머리를 일컫는다.

    윤씨는 올해로 17년째 이곳에서 국궁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국궁이 양궁에 밀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배워보면 다양한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많은 사람이 주변 국궁장을 찾아 운동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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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강무정에서 한 동호인이 시위를 당기고 있다.


    ◆국궁과 양궁= 국궁은 전통 활로 과녁을 조준해 맞히는 한국 전통 무술이다. 본래는 무예였지만, 현재는 개량되고 규격화되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반면 양궁은 영국 등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서양 활을 스포츠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1960년대 초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 그때부터 양궁과 구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전통궁은 국궁으로 불리게 됐다.

    국궁과 양궁의 가장 큰 차이는 사거리다. 국궁은 최대사거리가 무려 145m에 달하지만, 양궁은 90m다. 또 활 모양에서도 차이가 난다. 국궁의 활은 크기가 작고 탄력이 크고 가볍지만, 양궁의 활은 직선에 가깝고 크기가 크고 무거운 편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국궁은 양궁과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활을 쏠 때도 양궁은 옆으로 서서 활시위를 당기지만, 국궁은 정면을 바라보며 활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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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휘훈 기자가 강무정 사범 박현식씨로부터 자세를 지도받고 있다.


    ◆활의 특징= 활은 크기에 따라 장궁과 단궁으로 나뉜다. 장궁은 궁간이 길어서 2m 이상에 이르며 주로 삼림지대나 해안 지대의 민족들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영국, 일본, 동남아시아 여러 섬의 원주민들이 사용한 활이다. 반대로 단궁은 궁간이 짧아 2m 이하가 보통이며, 중국, 몽골, 터키 등 주로 초원지대의 민족이 사용하던 활이다. 재료에 따라 나무로 만들면 목궁, 대나무로 만들면 죽궁, 소뿔로 만들면 각궁, 놋쇠로 만들면 철궁 등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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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의 국궁 화살.


    제작에 쓰이는 재료에 따라 단일궁과 복합궁으로 구분한다. 단일궁은 나무나 대나무 한 가지 재료로 제작했고, 복합궁은 나무, 대나무, 뿔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복합해 만들었다. 복합궁은 시위를 걸었을 때나 벗겼을 때 궁의 모양이 직선이나 반달로 되지 않고 구부러져 반곡궁(反曲弓) 또는 만곡궁(彎曲弓)이라고 부른다. 만곡궁은 활 중에서 가장 탄력과 복원력이 뛰어나 사정거리가 직궁(直弓)이나 반달궁보다 훨씬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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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궁 활.


    우리나라 대표 전통 활인 각궁은 단궁이자 복합궁이며 만곡궁이다. 활의 길이는 1m20㎝~1m30㎝인 단궁으로 2m20㎝~2m30㎝ 전후인 일본의 장궁보다 1m가량 짧다. 재료는 물소 뿔, 소 힘줄, 대나무, 뽕나무, 민어 부레풀, 벚나무 껍질 등 6가지 재료가 사용된다. 물소 뿔을 주체로 제작했기 때문에 각궁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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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강무정 과녁.


    ◆집궁제원칙= ‘집궁제원칙(執弓諸原則)’이라는 말이 있다. 풀어 말하면 ‘활을 집고 쏘기까지의 원칙’을 말한다. 먼저 활을 들기 전에는 선찰지형(先察地形)·후관풍세(後觀風勢), 즉 활터의 지형과 바람의 상태를 봐야 한다. 자세는 비정비팔(非丁非八)·흉허복실(胸虛腹實), 발은 정자도 아니고 팔자도 아니며 가슴은 비우고 배에 힘을 줘야 한다. 활을 쏠 때는 전추태산(前推泰山)·발여호미(發如虎尾)라고 해서 앞 팔은 태산을 밀 듯이 하고, 깍지는 호랑이 꼬리를 잡았던 손을 놓는 것처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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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궁 복장.

    마지막으로 화살을 쏜 후에는 발이부중(發而不中)·반구저기(反求藷己), 쏘아서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궁도는 마음과 몸을 바르게 가진 후에 활을 쏴야 하며, 과녁에 맞지 않더라도 자기를 이긴 자를 미워하지 말고 모든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아야 한다. 궁도는 예로부터 ‘육예’라고 해서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 중의 하나로 사대부의 필수 교육 과목 중의 하나였다. 활쏘기가 단순한 궁술의 기량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으로 몸과 마음을 가꾸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기 순서= 국궁은 활을 쏘는 곳인 사대(射臺)에 7명이 나란히 서서 145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된 가로 2m 세로 2m60㎝의 과녁을 맞히면 된다. 국궁 경력이 가장 많은 사람이 맨 왼쪽에서 가장 먼저 활을 쏘며 한 발씩 차례대로 활을 쏜다. 보통 3순(巡·활을 쏠 때 각 사람이 화살을 다섯 대까지 쏘는 한 바퀴) 15발을 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며, 전국체전과 같이 큰 대회는 5순을 쏜다. 승단심사 때는 무려 9순까지 쏘는 경우도 있다. 궁도는 초단부터 9단까지 있다. 과녁 중앙에는 붉은색 원이 있지만, 꼭 이곳을 맞힐 필요는 없다. 과녁 어디에든 맞히면 점수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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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강무정 사두 윤영찬(왼쪽)씨가 과녁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평가를 하고 있다.


    ◆“국궁, 일부 계층만 누리는 운동 아니다”= 창원 강무정 사범 박현식(70)씨는 국궁을 두고 “국궁은 이제 옛날처럼 일부 계층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옛날 국궁이 전통 무예로 대접받던 시절 가입절차가 까다로워 일반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했다. 국궁하는 장소인 사정(射亭)은 천민이나 혹은 그 마을에서 지탄받는 이들은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가 됐다.

     

    박현식 사범은 “이제는 생활체육교실도 마련될 정도로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누구나 국궁에 흥미가 있지만, 각 지역의 사정에 들러서 문의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궁은 활의 강도가 여러 단계로 분류돼 있으므로 팔 힘이 약한 사람이라도 자기 힘에 맞는 활을 선택해서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어, 나이가 들더라도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는 스포츠다”며 “정신력이 강해지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좋다. 특히 불면증 해소에 탁월한 운동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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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내 국궁장

    창원에는 총 4곳의 사정이 있다. 창원 1곳, 마산 1곳, 진해 2곳 등이다.


    ▲강무정(講武亭)= 강무정은 창원에 있는 사정 4곳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08년에 생겨 올해로 1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당시 창원 동정동에 30평 규모의 목조건물로 정사를 짓고 출범했다. 지난 1987년에 현재의 위치인 대원동 182로 옮겼다. 도시계획에 따라 공설운동장을 지으면서 그 위쪽으로 넓은 공터가 생겼는데, 강무정은 그곳에 터를 잡았다. 현재 강무정의 사두는 윤영찬씨다.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187-1. 문의 ☏ 261-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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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해정(碧海亭)= 진해 벽해정은 1962년 6월 진해궁도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해 7월 진해시 재황산동 28-4 임야 45평을 과녁부지로 사용을 허가받았다. 3년 뒤인 1965년 20여평의 정사를 준공해 ‘벽해정’이라고 명명했다. 신축 기념으로 제1회 전국남녀궁도대회도 개최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벽해정 준공식에 참석해 휘호(揮毫)하고 활을 쏜 점이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벽해정의 사두는 남택천씨다. 창원시 진해구 태백동 산98-1. 문의 ☏ 546-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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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마정(龍馬亭)= 일제강점기(연대 미상) 마산시 무학산 기슭 추산동 소재 추산정(騶山亭)에서 궁도인들이 궁도장을 마련해 활을 쏘기 시작한 것이 시초며 1969년 당시 사두인 김수복씨가 양덕동 산 42-2와 42-3을 매수해 기부, 사정을 신축하면서 용마정으로 개정했다. 1992년 합병 공사를 시행했다. 용마정의 사두는 류상우씨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산42-3. 문의 ☏ 25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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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정(鎭海亭)= 2002년 진해 해군사관학교 국궁장에서 초대 사두 김봉원씨 등 8명이 진해정을 창립했다. 4년 뒤 진해구 명동 56으로 정사를 이전했고, 다시 2010년 장천동 173으로 이전했다. 창원 사정 4곳 중 유일하게 가설 건축물이다. 진해정의 사두는 장종원씨다.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173. 문의 ☏ 010-5078-6501.


    글=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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