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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소음은 모든 방해 중 가장 무례한 것”- 허충호(함안의령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5-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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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록의 계절을 맞아 곳곳에서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실내에서 또는 야외에서 신이 만든 최고의 악기라는 인간의 목소리부터 각종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어우러져 신명과 감동의 한마당을 연출한다. 많은 인파가 소리를 찾아 몰려든다. 소리는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소리에 취해 낭만에 젖는다. 소리의 힘은 그렇게 무섭다.

    좋은 소리도 지속되면 소음이 된다. 대표적인 게 잔소리다. 잔소리의 ‘잔(孱)’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검 시(尸)에 아들 자(子) 셋을 합한 글자다. ‘아들 셋을 죽이고도 남을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잔소리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듣기 싫은 소리는 잔소리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소음으로 귀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불면증 환자가 2011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2015년 발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고 50대 이상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불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밤중 소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짐작된다. 해서 쇼펜하우어는 “소음을 모든 형태의 방해 중 가장 무례한 것”, “생각을 흩어버리기도 하는 고약한 존재”로 설파했다.

    김해시민단체들이 수개월째 투쟁의 수위를 올리고 있는 이유도 항공기 소음 때문이다. 소음 반발은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와 의령군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참여해 의령군 궁류면 산성산 일대에서 추진하는 ‘산악지역특화 풍력터빈 부품·시스템 복합시험평가단지’ 구축사업에 대한 반대여론도 결국 문제의 근원은 소음이다. 궁류면민들은 물론 인근 합천군 쌍백면 주민까지 나서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에는 소음 공포(panic)가 묻어 있는 듯하다. 마을과 불과 1~1.5㎞ 떨어진 산성산 일대에 20㎿의 초대형급 풍력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소음·산사태와 같은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 패닉의 핵심이다.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된 의령 한우산 풍력발전단지로 인한 소음으로 수면장애, 정신장애 등을 호소하는 마당에 3㎿급 7기가 마을과 1~1.5㎞에 떨어진 지역에 들어선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남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450억원을 들여 산성산 일대에 20㎿급 풍력발전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산자부의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 지원 대상과제 공모에서 제주와 함께 1단계 사업대상지로 선정됐으니 경남도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음 우려가 현실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대안도 필요해 보인다. ‘모든 형태의 방해 중 가장 무례한 것’이 소음이라는 쇼펜하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다.

    허충호 (함안의령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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