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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의 현실- 김명현(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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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23일부터 5월 10일까지 관내 350개 기업을 현장 방문해 접수한 애로점을 지난 11일 공개했다. 상의가 방문한 기업들 대부분은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기계·금속업종의 내수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환경 변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들 기업들은 또 한결같이 과도한 최저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상여금과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또 있다. 근로시간 단축 부문이다. 업체들은 부족한 근로인력을 메우기 위해 인력 충원을 추진하거나 자동화로 추가 고용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3D 업종의 경우 국내에는 근로인력이 없다고 한다. 결국 3D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어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창하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노동 친화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을 늘려주면 늘어난 소득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결국 생산이 늘어 성장이 된다는 논리다. 또 전 세계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추가 근로시간에 필요한 인력은 새로 충원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의도다. 정책이론도 그럴듯하고 도입 취지에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행 1년도 되지 않아 이들 제도에 대한 불만과 반발이 적지 않다.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올초부터 적용된 이후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려했던 대로 고용 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내수 부진 및 소비 위축 등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은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인력 추가 고용 대신 공정자동화를 선택하는 추세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보다는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도 인건비 부담과 매출 감소를 이유로 인력 축소 대열에 올라탔다. 아파트 경비실, 식당, 편의점, 일반 가게에서의 인력 감축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고수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없고 국내 소비 증가는 뚜렷하다”며 현실과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일부 근로자들의 소득이 일시적으로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용이 축소되는 등 정책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정책 오류 때문인지 여권 경제전문가 중 한 사람도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득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어서 생산이 늘고 성장이 된다는 얘기인데 일시적 효과밖에 안 되고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정책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의 좋은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크다면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쏟는 사회적 약자 계층 아닌가.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정책 수정’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명현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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