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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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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38)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⑧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기사입력 : 2018-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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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양호에는 수십만 대군과 병선이 집결했다. 주원장은 수년에 걸쳐 진우량 군과 싸우다가 병선과 수군이 완비되자 대선단을 이끌고 파양호로 짓쳐 들어갔다. 이때 진우량은 나라를 세우고 한(漢)이라 칭했다. 진우량 군과 주원장 군은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주원장 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파양호의 결전은 적벽대전 이후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수전이었다. 수십만 명이 죽고 부상을 당했다.

    진우량의 한군(漢軍)을 격파하자 이선장은 주원장에게 오왕(吳王)으로 등극할 것을 권유했다. 남경이 옛 오나라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원장은 신하들의 간청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오왕에 등극하여 이선장을 우상국(右相國), 진우량의 군사를 격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서달을 좌상국에 임명했다.

    이때부터 주원장은 파죽지세로 원나라 군대를 공략하고 반란군을 제압했다.

    마침내 중국은 명나라로 통일되고 주원장은 명태조가 되었다. 남경은 명나라의 도읍이 되었다.

    ‘이제 세상이 주씨 천하가 되었구나.’

    심만삼은 새로운 나라가 건국되었으나 불안했다. 그는 주원장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장사는 나라가 안정되어야 잘 된다. 그러나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이었다. 주원장은 명나라를 건국하자 남경에 대규모의 축성을 하기 시작했다. 남경 일대에서 돌과 목재가 운반되기 시작하고 수많은 장정들이 동원되었다. 축성비용도 막대하게 들어갔다.

    “심대인, 명나라가 건국되었으나 아직 사해(四海)가 안정되지 않았소. 그래서 천하에 명나라의 위엄을 떨치기 위해 남경성을 축조하려고 하오.”

    주원장의 책사이자 개국공신인 이선장이 심만삼을 불러서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심만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막대한 군량까지 대주었는데 축성 자금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핫핫핫! 심대인에게 무엇을 속이겠소. 남경성 공사의 절반만 맡아주시오.”

    남경성을 건축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이 자들이 내 돈을 갖다 쓰는 것도 모자라 성까지 쌓게 하는구나.’

    심만삼은 기분이 나빴으나 내색할 수 없었다.

    “그럼 제가 공사까지 감독합니까?”

    “그렇소. 강남의 부호니 새 나라를 위해 할 수 있지 않소?”

    이선장은 공손하게 말했으나 말을 듣지 않으면 반역자로 몰아서 처벌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심만삼은 남경성 축성을 하기 시작했다. 남경성 축성은 거대한 토목공사였다. 심만삼은 집에도 가지 않고 축성 공사에 몰두하여 마침내 완성할 수 있었다. 그가 강남에 널리 알려진 부호였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을 건설한 것이다.

    ‘이런 대역사를 내가 완성하다니!’

    남경성이 완공되자 심만삼은 감격했다. 공사에 동원된 수많은 장정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장정들이 성을 쌓느라고 고생을 했으니 폐하께 아뢰어 향응을 내려주십시오.”

    심만삼이 이선장에게 청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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