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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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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상지질혈증 낮을수록 심혈관 건강해진다

심장학계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美, 고혈압 기준 140/90㎜Hg→130/80㎜Hg로 낮춰
이상지질혈증은 70㎎/dL→55㎎/dL 미만으로 조정

  • 기사입력 : 2018-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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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후반기와 올해 상반기까지 심장학계의 화두를 한마디로 꼽으라면 ‘Lower is better’이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낮은 것이 더 좋다’인데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에 관한 이야기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에서 목표치를 더 낮출수록 심혈관질환의 임상결과가 더 좋아진다는 말이다.

    메인이미지

    ▲ 고혈압 = 미국에서 발표한 ‘ACC/AHA 고혈압 진료지침 2017’은 혈압을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Hg으로 낮췄다. ‘1단계 고혈압’을 수축기혈압이 130~139㎜Hg 또는 이완기혈압이 80~89㎜Hg로 규정했고, 종래의 고혈압 기준이었던 수축기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을 모두 ‘2기 고혈압’으로 격상했다.

    미국 NIH에서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SPRINT 연구를 반영했으며, 이 연구는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120㎜Hg 미만을 목표로 한 적극적 치료군이 140㎜Hg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치료군에 비해 25%의 심혈관 관련 질환을 감소시켰다는 연구였다.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던 고혈압의 진단기준 ‘140/90㎜Hg’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진료지침이 발표된 후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혈압 기준을 140/90㎜Hg에서 130/80㎜Hg로 조정해 미국 20세 이상 성인 고혈압 유병률을 32%에서 46%로 올려놓았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2015년 기준) 데이터로 분석하면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전체 32.0%가 고혈압 환자인데 미국의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을 적용하면 전체 50.5%가 고혈압 환자가 된다.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가 되는 것이다. 목표혈압이 낮아지니 약물치료 대상도 늘어났다.

    미국 새 진료지침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으면서 혈압이 130/80㎜Hg 이상인 경우, 10년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하 ASCVD) 발생위험이 10% 이상이면서 혈압이 130/80㎜Hg 이상이면 항고혈압제 치료를 권고한다. ASCVD의 위험률 산출은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쉽게 산출할 수 있다.

    노인 고혈압 환자도 논란이 있다. 기존의 진료 지침에서는 노인은 수축기 혈압 목표치를 150㎜Hg 이하로 설정했으나 새로운 진료지침에서는 노인도 수축기 혈압을 130㎜Hg 이하로 적극적으로 조절하자고 설정했다. 노인들은 젊은 성인과 달리 혈압의 변동도 심하고 맥압도 차이가 많이 나며, 기립성 저혈압 등의 부작용을 많이 호소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낮췄을 때 정말 이득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새 고혈압 진료지침은 혈압을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합병증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진료지침의 핵심은 고혈압 고위험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려면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제정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이 오는 2018년 5월 전면 개정·발표된다. 무엇보다 ‘미국 ACC/AHA 고혈압 진료지침 2017’에서 제시한 목표 고혈압 기준 130/80㎜Hg을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에 미국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국내 현실에 맞게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 미국내분비학회에서 2017년 또 한번의 충격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기존의 지침에서는 고위험군에서 저밀도콜레스테롤의 목표치를 70㎎/dL 미만으로 조절하자는 것이었는데 새 지침에서 초고위험군을 새로 신설해 목표치를 55㎎/dL 미만으로 조절하자는 것이다. ‘ lower is better’를 한 번 더 표방한 지침이다.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인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은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질 성분이나 혈전이 혈관 내에 쌓이면서 관상동맥이 막혀 생기는 질환으로 불안정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의 임상 경과를 나타낸다. 의료기술 및 약제의 발달 등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는 많이 낮아졌지만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들은 여전히 재발 및 사망 위험에 놓여있는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은 이러한 재발 및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저밀도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미국내분비학회가 새로운 지침을 발표한 것으로 생각된다.

    초고위험환자에서 더 낮은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기존 약물 요법으로도 저밀도콜레스테롤의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이 생길 수가 있고, 이런 환자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위해 강도 높은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혈중 지질저하제로는 스타틴이 있다. 보통 의사들이 즐겨 처방하는 약물이지만 고용량의 스타틴에도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목표치까지 감량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는 에제티미브라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떨어뜨리는 약제를 기존의 스타틴과 병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환자들은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혹은 에제티미브 같은 다른 지질저하제와의 병용 요법에도 저밀도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틴을 고용량으로 쓰다보면 근육통증이나 경련 등의 증상 같은 부작용이 흔하게 생길 수 있고,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경우는 기존의 약으로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가 없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기전의 PCSK9 억제제가 출시됐다. 혈중 저밀도 콜레스테롤 제거에 관련된 수용체를 더 활성화시키는 기전으로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낮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이에 맞춰 최근에 이상지질혈증의 치료지침을 발표했다. 물론 아직까지 초고위험군의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설정해 이전 2015년 지침과 목표치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새 약제인 에제티미브와 PCSK9억제제를 반영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건강히 100세 시대를 맞이하려면 심혈관질환을 잘 관리해야 하고, 여기에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Lower is better’를 명심하고 모두가 건강히 100세 시대를 맞이했으면 한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창원파티마병원 심장내과 한양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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