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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딜레마- 임창연(시인)

  • 기사입력 : 2018-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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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던 날, 전국의 평양냉면 식당은 길게 줄을 선 풍경을 만들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두 정상이 먹게 될 메뉴까지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관심과 우려 속에 비핵화와 종전, 평화라는 합의가 마침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고 과거의 2000년, 2007년 남북정상 합의도 지켜지지 않은 전례를 볼 때 기대는 성급할 수도 있다. 물론 지난 과거처럼 약속을 파기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남과 북이 보인다면 통일이라는 염원도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남과 북은 전혀 다른 체제 속에 살아 왔기에 화합한다는 것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휴전선인 비무장지대(DMZ)에는 동서 길이 248㎞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쪽 2㎞ 지점을 남방한계선, 북쪽 2㎞ 지점은 북방한계선으로 되어 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전문 제1조에 의거하여 설치되어 있다. 이 지역 내에서는 민간행사와 구제사업을 제외한 어떠한 적대시설이나 적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민간인과 군인을 막론하고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 인원도 어느 한쪽에서 1000명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지역은 ‘최후적인 평화가 달성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되었으나 실제 남북한 모두 감시초소(GP)·관측소(OP)·방송시설·철책선·군인막사, 심지어 군대까지 주둔시키고 있다. 마치 이 지역은 남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이 심리전으로 서로가 고성능 대형 스피커를 통해 서로가 상대를 비방하던 방송을 멈추고 스피커를 남한에서 먼저 철수를 했다. 대북심리전으로 풍선에 달아 날리던 전단도 정부에서는 민간단체들에게 보내지 말 것을 협조를 구했다. 물론 민간단체들은 계속해서 보내겠다며 반대를 하고 있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당근과 채찍이 아닌 일방적 양보로 유지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남북경협이라는 부문에서 남북은 경의선(서울~신의주)과 동해선(부산~원산)을 비롯한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인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이것을 계기로 유럽과도 철도로 연결되는 구상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을 남한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평화통일이 보장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아마 이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지금 남북통일을 가장 절실히 바라는 사람은 아마 남한에 있으면서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일 것이다. 이미 노령에다 그동안 남북 이산가족 만남에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만나지 못해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 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념도 필요 없고 오직 혈육의 생사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남북정상 회담이 있던 그날 누구보다도 가슴 졸이면서도 희망에 부풀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통일은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통일은 꿈일 뿐이다. 그렇지만 2국가 2체제는 언제나 위험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장에 1국가 1체제로 가기에도 넘어야 할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만약 어느 한쪽의 힘에 의한 통일은 엄청난 비극을 가지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영원한 꿈이며 숙제이다.

    임창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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