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5월 21일 (월)
전체메뉴

[경남인]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여성 목소리 대변할 정치인 양성 힘 쏟겠다”
12년전 여성단체 인연 계기로 여성 활동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2월 재취임

  • 기사입력 : 2018-05-02 22:00:00
  •   
  •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11조 1항에 나오는 조문이다.

    헌법은 종교나 사회적 신분보다 ‘성별’에 대한 차별을 가장 먼저 말하고 있다. 일상에서도 종교적 차별이나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보다 성차별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발언 이후 쏟아진 미투선언은 그간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성 인식마저 보여준다.

    이처럼 성평등하지 않은 구조 속에서 경남지역의 성평등 지수는 수년째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경남지역 여성 인권 운동에 매진해온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만났다.

    메인이미지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실에서 성폭력, 저출산 문제는 성차별에서 기인한다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정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올해 2월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이번이 두 번째다. 소감과 각오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겨두고, 개인 병환으로 치료를 받느라 실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다. 앞으로 경남여성단체연합이 더 견고하고 내실있는 단체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 무엇보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여성 정치인을 발굴, 양성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여성 정치인 양성에 힘쓰겠다는 각오는 경남 여성의 저조한 정치 참여율이라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도내 성평등 지수는 2013년 전국 성평등 지수 평가에서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 대표성 부문의 점수가 많이 낮다. 여성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으며, 여성 광역의회의원은 14.5%, 여성 기초의회의원은 21.9%로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남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성평등 정책 실행에 대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되고, 무엇보다 성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젠더 관점이 있는 여성 의원 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정당에서 선거에 대비해 정책력 있는 여성 후보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우리 여성들도 정치와 정책에 관심을 갖고 정책 모니터링 활동과 정당 활동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여성의 정치 참여 중요성은 경남지역의 여성 운동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듯하다. 간략하게 짚어준다면?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노동자운동과 여성주의 인식이 도입된 여성운동이 시작됐다. 1990년대에 이르러 우리 지역에서도 여성운동단체들이 생겨나면서 2000년 3월 경남여성회, 김해여성의전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창원여성의전화, 김해여성회, 진주여성민우회, 경남여성장애인연대(준), 가톨릭여성회관으로 구성된 경남여성단체연대모임을 결성해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운동 실천으로 이어졌다. 이후 2002년 도내 5개 지역 8개 단체(현재는 5개 지역 11개 단체와 1개의 준회원단체)로 구성된 경남여성단체연합이 창립돼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 법과 제도 개혁을 위한 활동이 주를 이뤘다. 2002년부터는 4년마다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기자회견, 토론회를 개최하고 유권자 캠페인을 여는 등 지방선거 평등정치 실현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성평등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관점에서 성평등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평등은 이제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여성을 억압하고 배제하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가한다면 더 이상 발전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도, 남성도 모두 똑같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장차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원한다면, 공적·사적 모든 영역에서 성차별 없는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성평등과 지속가능한 사회적 발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극복해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까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도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성평등이다. 무슨 말이냐면, 여성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가정에서는 가사일을 도맡아야 하고 출산·육아도 책임져야 한다. 고령의 어르신을 돌보는 역할도 여성 몫이다. 여성에게 과부하된 짐으로 인해 결혼이 행복이 아닌 불행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성도 직업을 통해 이루고픈 목표가 있는데 임신·출산·육아를 하려면 일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기피하게 되고, 결혼을 하지 않으니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고령화도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은 여러 방안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벗어나고 있는데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성운동과 관련해 미투(me too)운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투선언이 쉬지 않고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간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인식으로,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고스란히 고통을 안고 살아왔다. ‘왜 술을 마셨니’, ‘왜 밤에 다녔니’, ‘왜 그 사람을 만났니’, ‘니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라는 관점으로 보니 떳떳하게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서 검사가 말한 대로 성폭력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미투운동이 확산했다고 본다.

    -미투운동의 반작용일까, 펜스룰(pence rule)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폭력을 남녀의 문제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핵심은 권력 또는 위력의 문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권력을 가진 자가 부당한 권력으로 약자를 성적으로 유린하는 것이 미투 선언자들이 말하는 성폭력이다. 나에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펜스룰을 하면서, 안 그런 사람에게는 벽을 세우지 않는 것에서부터 권력의 유무가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성적인 행위나 언어를 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성적 동의나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족이 4명이 있으면 4명 다 행복해야 행복한 가정이다. 엄마 한 명 희생해서 행복한 집은 진짜 행복한 집안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성평등한 경남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 김윤자 상임대표는?

    1959년 마산 출신으로 마산여중과 마산여고를 거쳐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함안여자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5년간 재직하다 결혼을 하면서 교사직을 그만뒀다. 2006년 (사)진해여성의전화 부설 참살이방과후교실장을 맡으면서 여성단체와 인연을 맺어 여성 운동에 투신하게 됐다. 이후에는 진해여성의전화 회장, 진해여성의전화 부설 진해성폭력상담소 소장,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을 거쳐 다시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안대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